한국은행이 8일 콜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가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시중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환율상승, 공공요금 인상, 농축수산물 가격상승 등 물가불안 요인이 여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금리까지 내리면 시중 현금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물가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한은은 금융시장에서 현금유동성에 여유가 있고 전반적인 자금수요가 크지 않은 가운데 기업 자금조달여건도 개선되고 있어 굳이 콜금리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콜금리 왜 동결했나
전철환 한은총재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 이유로 환율상승, 공공요금 인상, 농축수산물 가격인상 등을 꼽았다. 한은의 올 물가목표는 2-4%이다.
올들어 1-4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4.6% 상승했다. 이는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서비스가격 상승폭이 크게 높아지고 환율상승에 따라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확대된데 원인이 있다.
전 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의 물가안정 지시로 공공요금 인상이 최소화될 전망이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본격적인 출하철이 다가오면서 안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물가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 콜금리를 내리면 시중 현금유동성 확대에 따른 추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콜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한은이 콜금리를 내리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시중 현금유동성이 좋기 때문이다. 4월중 은행대출은 3월의 1조4,000억원보다 4배이상 높은 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은 전반적인 자금수요가 크지 않은 가운데 기업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물가불안을 우려하면서 굳이 콜금리를 내려 기업들의 자금조달여건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고 한은은 판단했다.
◇한은의 경기진단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을 비롯한 정부관계자들이 올 1ㆍ4분기 4%대 성장을 예상하는 등 V자형 경기회복을 점치는 반면 전 총재는 "올 1ㆍ4분기 경기가 그리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경기전망을 통해 수출과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나 소비 및 투자심리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소비와 생산이 미약하나마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세가 이어지는 등 대내외 여건이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올 하반기 이후 완만하나마 회복조짐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향후 국내경기를 위협할 불안요인을 지적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정보통신산업의 부진 ▦일본의 경기침체 가속 ▦중남미 경제불안 ▦국내 일부 대기업의 잠재된 신용불안 등을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또 하반기 회사채 만기도래금액의 급증이 기업자금사정 악화 및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LG경제연구원은 올 4ㆍ4분기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27조원 규모로 2ㆍ4분기의 13조원에 비해 두배이상 늘어나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와 금융불안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안의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