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8월 17일] 관광도 '팍스 시니카 시대'

지난주 휴가 동안 제주도에 다녀왔다. 마지막으로 간 지 10년이 넘은 것 같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을 통해 달라진 제주도를 숱하게 보고 들었지만 10여년 만에 다시 본 제주도는 외국 어느 관광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공기도 맑고 음식도 맛있고 자연과 문화 등 볼거리도 충분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오전9~10시께 도착한 산굼부리나 성산 일출봉 등지에는 이미 중국인 관광객을 실은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정차돼 있었다. 산굼부리에 있는 설명 표지판에는 한글과 영어보다 중국어와 일본어가 더 크게 씌어 있고 웬만한 유명 식당 메뉴에는 중국어나 일본어가 병기돼 있어 외국인 증가세를 체감할 만했다.


중국인 주류 관광객 자리매김

실제로 올 들어 지난 7월25일까지 제주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나 4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성산 일출봉이나 산굼부리에서 본 관광버스 행렬이 말해주듯 특히 중국인은 20만3,000여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02%나 늘어났다. 한국을 찾는 전체 중국인 관광객 수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해 2009년에는 121만명이 됐으며 한국방문의 해가 시작된 올해는 200만명을 넘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은 지난해 중국은 세계 1위 관광객 수출국에 올랐다. 한국 전체 인구에 버금가는 중국 국민 4,765만명이 해외 여행에 나섰으며 총 소비액은 전년보다 16%나 증가한 420억달러(한화 약 52조원)였다(중국관광연구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관광업계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가는 최근 30년래 최대 '사건'으로 떠올랐다. 1980년대 일본인 관광객의 폭증 현상과 비교될 정도라는 것. 중국 정보조사기관인 후룬바이푸(胡潤百富)가 재산 1,000만 위안(약 17억여원) 이상인 부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세계 관광업계가 '사건'으로 다룰 만하다. 중국 부자들은 지난해 평균 170만위안(약 2억8,000만여원)을 소비했으며 여행에 돈을 가장 많이 썼다. 응답자의 절반은 앞으로 호화 요트를 구매할 의사가 있으며 자가용 비행기 구매도 고려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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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큰손 관광객인 중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는 와중에 중국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에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위협 요인도 크다는 데 있다.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일본이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올 7월부터 비자 발급을 위해 요구되는 중국인의 소득 기준을 종전의 4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그 결과 7월 한 달 동안 일본 외무성의 중국인 비자발급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5배가 넘었다. 나리타 공항에는 중국인 관광객 전담 안내 직원을 배치하고 공항 근처에 대형 아웃렛 매장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우리나라보다 10만여명 적은 110만명이지만 일본 관광청은 오는 2013년까지 39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숙박시설등 인프라 개선을

한국도 8월부터 중국 상위층에 한정했던 복수비자를 대기업 임직원, 교사 등 중산층과 대학생 등으로 확대하는 등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했지만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비자 제도 개선과 비교하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부터 2012년까지 이어지는 '한국 방문의 해'의 성공을 가늠하는 열쇠는 중국 관광객들이 쥐고 있다.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관광자원이 부족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개발하고 알려야 한다. 비자뿐 아니라 다른 제도도 더 필요하다면 완화해야 하고 숙박시설, 중국어 가이드, 항공 노선 확대 등 부족한 인프라도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관광 시장에서도 중국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날이 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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