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이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막강한 파워를 다시금 확인한 하루였다.
1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끄는 달러스와프 조치에 힘입어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에 앞서 유럽과 뉴욕 증시는 물론 석유ㆍ금속 등 상품가격은 상승하고 치솟기만 하던 유럽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도 떨어졌다.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조치에 '가뭄의 단비'라며 반겼다. 각국 중앙은행이 FRB로부터 낮은 금리로 달러자금을 대량으로 조달받는 시스템이 구축됨에 따라 국제자금거래에 필수적인 달러자금 확보가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FRB가 국가 간 무제한 달러스와프에 나선 것은 결국 모든 중앙은행들이 달러 거래망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자 FRB의 발권력이 직간접적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팍스 달러리즘'을 재확인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럽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는 중앙은행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며 "미국이 희생을 한 만큼 유럽도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유로화가 출범 10여년 만에 최악의 위기를 맞은데다 엔화마저 흔들리면서 달러가 위기 해결사이자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굳히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위기해결을 위해 긴밀하게 협조하고 정책을 공조해왔던 것도 미국의 지도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8.67포인트(3.72%) 오른 1,916.18포인트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6,339억원, 1조1,00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1조3,211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고치의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오후 한때 선물시장에서는 프로그램 매수 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그동안 증시의 발목을 잡아왔던 유로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정책적 공조가 이뤄진데다 중국이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긴축완화 신호를 보내면서 투자심리를 회복시킨 점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외환시장에서도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90전 하락한 1,126원10전을 기록했다.
대만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홍콩 H지수가 7% 넘는 폭등세를 보였고 대만(3.98%)과 일본(1.93%) 등도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