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국 앞뒀지만 대타협 여지 남아… 정부교체·신뢰복원이 변수

■ 그리스 디폴트 초읽기

국지적 디폴트 빠지겠지만 전면적 확산 가능성은 낮아<br>자국경제 돌릴 현금 바닥<br>디폴트 이르지 않더라도 그렉시트 가능성 배제 못해



지난주 말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채권단과의 구제금융협상 타결을 불발시킨 뒤 자본통제에 나서면서 전 세계는 앞으로의 사태 전개방향과 정치·경제적 여파를 분주하게 계산하고 있다. 핵심은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유로존 분열'이라는 최악의 파국에 이르게 될지 여부다.

현재로서는 국지적 디폴트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것이 반드시 파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이후 그리스나 채권단의 선택에 따라 전면적 디폴트 및 그렉시트를 피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 요구를 수용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오는 7월5일 열리는 국민투표가 향후 시나리오의 핵심 분기점으로 꼽힌다. 나아가 내부 정치상황 역시 그리스 운명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그리스 문제 해법의 본질이 경제적 공방보다는 '정치 게임'으로 변질됐다는 의미다.

28일(현지시간) 서방의 주요 외신들은 30일을 기점으로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리스로서는 30일 만기 도래하는 15억유로의 채무를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해당 만기를 겨우 넘기더라도 3·4분기 중 줄줄이 대외 부채 상환 만기가 잡혀 있어 결과적으로는 9월 말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금융권의 분석이다.


문제는 그리스가 IMF에 30일 1차로 부채 상환에 실패할 경우 이후 계속 연쇄 부도를 낼지 여부다. 현행 구제금융협약상 그리스가 특정 채권자에게 한번 디폴트를 내면 다른 채권자도 일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할 수 있다. 이른바 크로스 디폴트(cross-default) 조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내다봤다. IMF 역시 그리스가 1차로 부채 상환에 실패해도 곧바로 디폴트라고 규정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기사



전면적 디폴트에 이르지 않더라도 그렉시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리스 정부가 내부적으로 세수를 쥐어짜 대외 채권은 한동안 막더라도 문제는 자국 내 경제를 돌릴 현금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종국에는 유로화 이외의 지불수단(이종통화·지불각서 등)을 발행할 수밖에 없어 그렉시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아직 유로존 회원국들은 그리스의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분수령이 될 기점은 7월5일로 예정된 그리스 국민투표다. 채권단의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해당 투표 결과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민투표의 큰 줄기는 네 가지로 점쳐진다.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명 예스(yes) 투표다. 이 경우 채권단과 맞섰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비롯한 내각이 사퇴하고 차기 조기 총선까지 기술관료 중심으로 과도정부가 꾸려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로이터는 현 대통령이 새 연정을 제안해 친유럽 성향의 중도정파 '포타미'나 보수정파인 '신민주당' 등과 소수연정을 구성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아예 국민투표 자체가 연기되는 시나리오도 있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대통령이 사퇴해 새 대통령 선출 시까지 국민투표가 미뤄지는 시나리오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채권단 요구에 불응하겠다는 이른바 '노(no)' 투표 결과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경우 사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극단의 시나리오에는 아직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지난 27일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긴급회의에서 "만약 국민들이 채권기관들의 제안서에 사인하라고 명확한 지침을 준다면 정부를 재구성해야 할지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민병권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