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30일] '토목 이미지' MB의 재정운용

지난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의 경제재정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효율성 제고'라는 경제논리보다 '단기적 관점에서 정책관여자(정치가ㆍ관료ㆍ이익단체 등)의 자기이익 추구'라는 정치논리가 우선했다. 그 결과 방대한 재정적자 누적(GDP의 약 180%)과 경기침체를 초래했다. 이는 경제재정 운에 있어 경제ㆍ정치 논리 구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정책담당자가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 예산규모가 커지고 '재정적자 편의(偏倚ㆍdeficit bias)'를 가져와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된다. 이것이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공공선택론이나 신정치경제학의 주요 메시지이기도 하다. 脫콘크리트 건조물 지향을 9월 집권한 일본 민주당은 정권공약집에서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라는 탈(脫)콘크리트를 구호로 내세웠다. 그러나 콘크리트 건조물(이용빈도나 경제효과가 낮은 전시장ㆍ도로ㆍ댐 등)로 대표되는 부(負)의 유산은 너무나 커 민주당이 '사람'에 대한 핵심공약인 아동수당 확충, 고교 교육 무료화 등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실제로 민주당 정권의 첫 예산인 2010년도 예산액 92조엔 중 절반 정도를 국채 발행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권공약 준수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민주당의 정책기조를 감안하면 향후에도 대규모 국채 발행 의존형 예산 편성이 예상된다. 이러한 일본 경제재정 운용은 공공투자지출의 효율성 확보 및 건전재정 유지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현 정부는 청계천 복원에 힘을 얻어서인지 4대강 정비 추진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러나 자연 청계천(淸溪川) 복원이 아닌 그냥 두면 탁계천(濁溪川)으로 변하고 유지 비용(녹조제거 비용만 2007~2009년 8,300만원, 동원인력 2,147명)도 많이 드는 '인조 청계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진정한 복원이라고 하기에는 유보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토목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콘크리트가 주역을 담당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의 경험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콘크리트 건조물 투자 실패를 거울삼아 민주당 정부는 건설 중인 댐 공사를 중단하면서까지 탈 콘크리트를 지향하고 있다. 이미 건설된 콘크리트 건조물 중에는 이를 부수지도 못하고 많은 유지비용을 들여야 하는 계륵(鷄肋ㆍ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 또한 허다하다. 최근 일본에서 콘크리트 구조물로 정비된 관광개발지는 인기가 하락하고 옛 정취를 살리며 안온한 풍경을 빚어내는 문화마을은 찾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의 주택사정상 콘크리트 건조물의 대표격인 아파트가 편리한 주거환경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나 어딘지 모르게 마음의 불편함 또한 깊숙이 느껴진다. 그 불편함을 덜어내려고 강가에 나갔다가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를 보며 실망한다면 이는 명백한 정책실패다. 하드웨어로서 콘크리트 건조물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진정한 풍요를 위한 조역으로서의 효율적 투자에 그쳐야 한다. 재정적자 확대 정책은 멈춰야 재정적자가 불어나기 시작하면 다시 건전재정으로 되돌리기 어렵다. 최근 재정적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GDP 대비 약 36%)이라고 하는 데서도 이미 그런 징후가 감지된다. 국채 발행을 통한 경기 활성화로 세수입이 증대된다고 해도 이를 재정적자 상환에 충당하려 하기보다 다른 재정지출로 활용하려는 유인이 커 건전재정 달성이 지연되기 십상이다. 나아가 국채상환 부담은 상당 부분이 장래 세대로 전가되기 때문에 정권 담당자로서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지출 확대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현 정권이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기를 당부한다. 유혹에 잘못 빠지면 죄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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