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엘 가면 극 대 극의 현상을 목격한다. 부킹은 만원 사절이고 식당은 파리를 날리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주말의 골프장 부킹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요즈음은 주중에도 골퍼들이 시간 잡기가 무척 힘들다고 한다. 회원권을 가진 사람이라도 미리 예고된 날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펑크나기 십상이다. 수요자는 엄청 밀려들고 상품(부킹 시간)은 과부족이니 그야말로 주인 마음대로인 셀러즈 마켓(Sellers Market)이다. 살 사람은 많고 팔 물건이 크게 부족하면 뒷거래가 생기는 건 여기도 마찬가지다. 웃돈 주고 부킹 사는 암거래가 여전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안나가고는 못 배기는 열렬한 골퍼들이 라운드를 마치고 목욕을 하고 나서는 종적이 묘연하다. 필드는 좋아하지만 골프장의 식당엔 기피증세를 보여주고 있다. 골프장 쪽에서 보면 이런 처사가 맘에 들 리 없다. 잘 놀았으면 음식도 좀 팔아 주는 게 예의이련만 운동이 끝나면 꽁무니가 빠지게 줄행랑이냐고 불만이다. 그래서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단체 팀에게는 골프장 매장에 있는 기념품을 일정액 이상 사주고 식당 매상도 올려주어야 부킹을 해준다고 협박한다. 개인 회원들에게는 클럽 식당을 이용하는 성적에 따라 부킹 우선권을 준다고 공문을 띄우고 있다. 그래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경제적 폭력이니 소비자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게다가 값도 비싸고 질도 그렇고 그렇다. 같은 값이면 클럽 하우스에서 좋은 음식 맛있게 먹고 싶지만 골프장을 나설 때는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들이다. 서울 근교의 어떤 골프장에서는 바나나 1개에 3천 원이다. 게다가 식당 이용 빈도에 따라 부킹에 우선권을 준다는 약속도 말짱 헛거다. 울며 겨자 먹기로 클럽 식당에서 1년 내내 매상을 올려 주고 나서 예약 전화를 하면 예외 없이 이런 응답이란다. "웨이팅(기다려 보는 순법) 밖에 없는데요" 한국의 골프장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연구의 대상이다. 정치권력의 이동에 따라 내장객들의 사투리가 달라진다. 그래서 그런가, 코리안 커넥션의 고급 로비 필드다. 박세리 등 세계적 톱 플레이어가 등장하자 대중적 거부감이 완화되고 내장객은 증가일로다. 아주 우월적인 업종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 경쟁 신용 품질관리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가 싶다. 그런데도 지난 수개월 멤버십 가격은 치솟아 올랐었다. 가치경영 운운하는 시장경제 교과서로 따져보자니 알 듯 모를 듯 하다. 손광식(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