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7월 12일] 한미 FTA와 자동차

2주 전 토론토 한미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미결사항을 올해 내로 해결하고 의회비준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일정을 제시하더니 이제는 백악관 대변인이 자동차문제 해결이 관건이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미국 측이 구체적인 요구를 해올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우리 정부의 입장은 재협상은 불가할 뿐만 아니라 협정문의 토씨 하나도 고치지 못한다는 것인데 미국도 재협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조정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재협상이라고 하면 한국과 미국 모두 부담을 느끼는데 한국은 주고받기 식의 협상모드로 들어가면 3년 전의 국론분열적 찬반논쟁이 재연될 개연성이 있고 미국은 의회의 협상권한을 다시 위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하는데 협상도 마찬가지다. 우선 미국이 왜 3년이나 미뤄온 비준을 이제 와서 적극적인 자세로 추진하겠다는 것인지를 규명해봐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 정부가 미온적이었던 것은 자기들의 지지기반인 노동자들과 일반서민들이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에 부정적이어서 한미FTA를 추진하는 것이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도 한미 FTA가 미국의 수출을 100억달러 정도 증가시키고 7만명가량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자동차를 비롯해 피해를 본다는 계층의 반대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치적 계산이 경제적 계산을 눌렀던 것이다. 그런데 올 들어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 최대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5년 이내에 수출을 두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하고 범부처적인 추진체계를 작동하고 있으므로 한미 FTA를 계속 무시하는 것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남는 의문은 왜 오는 11월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구체적인 비준의사를 표명하게 됐는가 하는 것이다. 표심을 얻는 데 불리하다면 선거 이후에 밝히는 것이 온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자동차문제를 강하게 요구함으로써 샌더 레빈 하원 세입위원장을 비롯한 의회 내 강경파의원들과 자동차노조를 달래는 한편 비준지연에 대해 농민들을 비롯한 한미FTA 수혜계층의 점증하는 불만도 무마해보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은 아닐까. 어찌 됐든 간에 미국은 의회비준을 볼모 삼아 자동차 등의 해결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우리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다. 국내 상황 역시 앞으로 자동차 등의 추가협의는 정치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 손익만을 따지면 자동차 분야의 미국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더라도 한미 FTA를 발효시키는 게 국가 경제 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다. 미국자동차의 국내수입은 여전히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세력들은 자동차세금을 둘러싼 조세주권의 침해, 대미 양보에 상응하는 우리 요구의 관철 등 모든 이유를 총동원해 정치 이슈화할 것이고 현 정부를 공격할 것이다. 미국의 국내 정치와 한국의 국내 정치가 맞부딪치게 되면 한미 FTA 추가협의의 성공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성공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에서 합리적인 경제적 논의가 정치적 공세를 압도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업계의 경쟁력강화가 한국에 대한 수출증대의 ?경이고 세제와 배기가스 등은 아주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라는 정론이 제자리를 찾게 돼야 한다. 한국은 촛불시위를 겪으면서 국민들이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이미 합의된 내용의 한미 FTA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협의의 전말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들과 소통하고 신뢰를 얻으면 3년을 끌어온 한미 FTA도 조만간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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