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수의 투자은행(IB)도 망했는데 한국 IB는 의미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김형태(사진) 한국증권연구원장은 25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최근 투자은행 관련 논의에 대한 7가지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의 상황에 적합한 IB, 즉 중소기업에 특화된 미국의 제퍼리스 같은 IB를 벤치마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ㆍ혁신기업과 같은 고위험산업 육성을 위한 한국형 IB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미국 IB 모델이 실패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리먼브러더스나 베어스턴스 같은 IB의 실패는 IB사업 모델 자체의 실패가 아닌 헤지펀드형 IB 모델의 실패”라며 “이들 헤지펀드 IB의 부채 비율이 자기자본의 40~50배에 이르렀지만 위험한 곳에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에서는 금융위기의 주범은 IB가 활용한 증권화ㆍ신용파생상품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이야기”라며 “문제는 한번 유동화할 수 있게 설계된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3~4번 유동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IB 기능을 상업은행이 수행하는 시대가 왔다는 주장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는 “만약 불특정 다수의 여신을 받아 비즈니스를 하는 상업은행이 이번 서브프라임 모지기(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물렸다면 미국 경제는 날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대 IB들이 부실화를 겪으면 그 밑에 있는 IB들이 올라서야지 상업은행들이 인수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은 IB가 붕괴하는 시대가 아니라 기존의 균형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실화된 유수의 IB를 인수한다면 글로벌 IB나 아시아에서 큰 규모의 IB로 갈 수 있다”며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와 같은 노력도 위험관리가 제대로 된다는 전제하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