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성시철(사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서울 강서구 청사 사장실로 말쑥한 양복에 회색 운동화 차림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차림을 한 이유를 묻자 "돌아다닐 일이 많아서"라는 답이 되돌아왔다. 임기 내내 전국의 지사를 다니며 현장경영을 펼친 최고경영자(CEO)다운 대답이었다.
공항공사 창립 이래 33년째 공사에 몸담고 있는 성 사장은 공항공사 최초 내부승진 사장으로 2008년 임명돼 올 8월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수시로, 불시로 현장을 찾는 CEO로 유명하다. 현장에서 겪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성 사장은 시간당 최대 79.5㎜의 폭우가 내린 2010년 9월21일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김포공항의 항공유 저장시설에 물이 차올라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포크레인으로 담장을 허물도록 지시해 가까스로 물을 뺀 적이 있다"며 현장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성 사장 재임기간 공항공사는 인력을 줄이고 활주로 등화 관리 등 반복 업무를 아웃소싱하는 등 조직 슬림화와 적극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운영과 효율성 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서는 유일하게 S등급을 받았고 올해도 A등급을 받았다. 국제공항협회(ACI) 주관 공항서비스평가(ASQ) 김포공항 3년 연속 1위, 국제항공교통학회(ATRS) 수여 '아시아 최고 효율성상' 3회 수상 등 국제적인 인정도 받았다.
성 사장은 특히 "공항공사가 공항운영뿐 아니라 장비개발까지 나선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이라 장비 성능이 좋고 가격도 다른 나라보다 싸서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공항공사는 2004년 전방향표지시설(항공기에 착륙할 공항의 방향을 알려주는 장치)을 개발한 후 지금까지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ㆍ인도네시아 등 해외 16개국에 장비를 수출하고 있다.
두 번의 연임으로 5년을 뛰었지만 아쉬움은 남아 있다. 김포공항에 취항할 수 있는 공항을 2,000㎞ 이내로 정한 규제 해제와 김포공항 리모델링, 공항공사 합동청사 마련 등 미해결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임기 내내 2,000㎞ 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온 그는 "두 시간 이내 비행하는 곳 중에 인천허브 공항에 지장 안 주는 항공편은 김포로 오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김포공항 취항노선 확대를 강조했다. 이어 "이런 조건에 맞는 중국과 일본의 일부 노선과 극동노선(블라디보스톡ㆍ울란바토르 등)은 머지않아 김포공항 취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공사의 숙원인 김포공항 리모델링과 공항공사 합동청사 건설은 일단 첫발을 뗀 상태다. 과거 마약탐지견을 기르던 견사까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을 만큼 공항공사는 사무공간이 부족한 상태다.
성 사장은 "복지시설이나 헬스장ㆍ강당ㆍ식당 모두 갖춘 합동청사를 만들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고 마스터플랜을 다 세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포공항이 리모델링되면 2016년까지 국내선 청사를 리모델링하고 2019년까지 국제선 청사도 건물 뼈대만 남기고 다 바뀌게 된다"며 "무빙워크가 설치돼 출발ㆍ도착 여객 이동거리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수하물 처리시간은 현재 15분에서 5분으로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김포공항 옥상에는 태양열 발전시설과 옥상정원, 항공기 이착륙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고 주차장에도 지열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첨단 친환경 시설로 꾸며질 예정이다.
성 사장은 "사장 취임 후 단 하루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숨 가쁜 시간 속에서 공항공사를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기관으로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저에 대한 점수는 다음 세대에 후배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매겨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