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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음악회·토크 콘서트 열리는 복합문화공간

1층에 위치한 카페 겸 레스토랑 ''채우다''는 매일 신선한 재료로 만든 한국 가정식을 제공한다. 때로는 이곳에서 음악회와 토크콘서트가 진행되기도 한다.

건물 앞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감귤밭과 바다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감귤밭 한 켠에는 미술관이 새롭게 들어설 예정이다.


펜션이 '비우는' 공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1층에 자리잡은 카페 겸 레스토랑 '채우다'는 이름 그대로 채우기 위한 공간이다. '비우다'라는 말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제주어로 '붓다'라는 뜻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비우는 동시에 에너지를 채운다는 이중성을 띄고 있다.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비우고 채우는 행위를 통해 결국 평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목표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매일 아침과 저녁 유기농 음식이 식탁 위를 채우고 음악회, 토크 콘서트가 1층 공간을 채운다. 특히 5m에 육박하는 높은 천장은 음악회를 진행할 때 스테이 비우다만의 소리 울림을 만들어낸다.


매일 아침과 저녁엔 한국 가정식이 차려진다. 카페 '채우다'의 음식을 책임지고 있는 이기숙씨는 조선왕조 궁중음식의 전수자인 황혜성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전문가다. 펜션 바로 앞에서 직접 기른 채소 등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이 제공된다. 차나 커피 같은 기본적인 메뉴를 제외한 음식 메뉴는 미리 정하지 않고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다르게 차려진다. 채식주의자나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특별한 소수'를 위해 미리 제외해야 하는 재료를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돼지고기와 해산물이 풍부한 제주의 특성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채식주의자들에겐 단비 같은 식사가 될 수 있다. 권지민 대표는 "큰 규모가 아니라 작은 펜션이기 때문에 손님 한 명 한 명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지난해 문을 연 뒤로 여러 공연을 기획해왔다. 자수명장 이승희 선생의 자수 작품을 객실 내에 배치해 작은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7월과 10월엔 각각 첼로 연주회와 레바논, 폴란드, 한국음악이 만난 독특한 재즈 음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레바논의 우드와 뿌족, 폴란드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한국의 가야금으로 구성된 음악 트리오 'YPK'의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시도였다.

여느 다른 음악회와는 달리 제주 스테이 비우다에선 연주자와 관객들의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채 바로 앞 혹은 옆, 뒤에 어우러져 앉아 이뤄진다. 관객들은 신발을 벗고 온돌 바닥 위에 저마다 편한 자세를 취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설계자인 방철린 칸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음악과 차와 풍경이 한 곳에 모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층 전면을 열고 닫을 수 있는 통유리문으로 만들었다.

매년 한글날이 되면 토크 콘서트를 열고 한글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지난해 첫 토크 콘서트는 '한글 조형, 그 원형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그 결과물로 각 객실의 순우리말 이름이 적힌 10개의 부채가 제작됐다. 올해는 '한글, 글자 쓰기와 활자 그리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1층 한쪽 벽면엔 순우리말로 만들어진 달력이 전시돼 있다.

이 같은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문화 활동은 뉴스레터로 정리된다. 지금까지 총 3번의 뉴스레터를 발행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왔다.


올해 10월에 발행한 한글날 특별본에서는 이규복 캘리디자인 대표와 이용제 계원예술대 교수, 김종건 필묵 대표, 심우진 도서출판 물고기 대표가 한글 활자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펼치기도 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앞으로도 여러 예술가들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나 전시를 시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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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휴식·예술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 기획"

건축주 권지민 제주 스테이 비우다 대표

"작품으로 지어 주세요"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기획 단계 당시 권지민(사진) 대표는 설계자인 방철린 대표에게 단순한 펜션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권 대표는 "작품 안에서 숨쉬고 휴식하고 잘 수 있기를 원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권 대표에게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여행과 휴식 그리고 예술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어야 했다. 이 때문에 건축물은 하나의 작품이면서도 동시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권 대표는 "새로움과 익숙함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에 포인트를 뒀다"라며 "제주에서 늘 볼 수 있는 가장 익숙한 건물이 바로 감귤 창고여서 그것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혔다.

권 대표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제주도 내에서 제주만의 특성을 갖춘 공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권 대표는 "중문에 소리박물관이 있었지만 그 곳은 폐관이 되고 헬로키티 아일랜드는 성황리에 운영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감귤 창고는 제주의 전통적인 건축미를 담은 건물은 아니지만 가장 제주다운 건물이다. 실제로 제주도 어느 지역을 가든지 구멍 숭숭 뚫린 돌담 너머 감귤밭을 접할 수 있으며 삼각 지붕을 올린 감귤 창고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주 중문에서부터 펜션까지 오는 길도 감귤밭과 감귤 창고를 구불구불 지나야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전통음악과 공연기획을 전공하고 고려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를 전공한 문화기획자답게 권 대표는 이곳에서 예술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제주라는 공간은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동안 소외돼 왔다"며 "이 곳에선 관객들과 공연자가 함께 바닥에 앉아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층에 위치한 카페 겸 레스토랑 '채우다'의 명칭처럼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감성을 채울 수 있게 된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 바로 앞에 위치한 감귤밭 한쪽엔 앞으로 미술관도 지을 예정이다. 새롭게 들어설 미술관과 기존에 자리 잡은 펜션이 건물 자체만 놓고서도 하나의 작품이 되길 꿈꾸고 있다.

권 대표는 "펜션과 어우러질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 것"이라며 "독일이나 영국의 경우엔 한 작품만 걸려 있는 작은 미술관들도 많은데 그런 점을 모델로 삼아 좋은 콘텐츠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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