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대구 50사단 수류탄 사고 의문점 두 가지

대구 수류탄 사고 의문점 두 가지

던진 병사는 경사, 옆의 교관은 사망…파편 비산 각도 탓


불량 수류탄 논란…軍, “전수 조사 등 모든 조치 강구”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11일 대구 수류탄 사고에 두 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군이 밝힌 사고 개요는 이렇다. 사고 부대는 대구 50사단 신병교육대대. 5주의 훈련과정 중 4주차 훈련병 207명이 수류탄 교정으로 이동해 교육을 받았다. 실제 투척 이전에 연습용 수류탄으로 세 차례 사전 교육을 실시한 뒤 4개씩 구성된 투척참호에 훈련병들이 차례로 투입됐다.


◇폭발 사고 개요= 4명 1개 조씩 나눠 52개조로 편성된 훈련병들의 실제 투척은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42번째 조에서 사고가 터졌다. 이때 시각이 오전 11시 8분께. 손 모(20세) 훈련병이 “안전핀 뽑아‘라는 통제관의 구령에 따라 안전핀을 제거하고 오른팔을 뒤로 제쳐 투척 자세를 취하는 순간 굉음과 함께 수류탄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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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로 인한 사상자는 3명. 투척 참호에 같이 들어간 교관(소대장) 김모 중사(27)가 사망했다. 손 훈련병은 손목이 절단되고 투척 참호 2m 뒤에서 떨어져 있던 박 모 중사(27)도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천만 다행인 것은 나머지 훈련병과 교관들은 무사했다는 점. 같은 조로 투척 참호에 투입된 3명의 훈련병과 교관은 참호의 안전벽 덕분에 화를 모면했다. 전체 훈련병들도 안전거리 바깥에서 대기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의문점 두 가지= 첫째 의문은 수류탄을 던지려 했던 훈련병은 손목이 절단된 반면 옆의 교관은 사망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안전핀을 뽑아도 손아귀로 잡고 있는 한 터지지 않아야 할 수류탄이 왜 폭발했냐는 의문이다. 여기에 대한 답은 쉽다. 수류탄 파편의 비산 각도 때문이다. 공이를 중심으로 45도 각도로 퍼지는 파편들이 손을 뒤로 제친 손 훈련병의 손목에는 부상을 입혔으나 바로 뒤 교관 김모 중사에게는 상반신 전체를 덮쳤다. 치명적 중상을 입은 김 중사는 바로 후송돼 긴급수술을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12시 53분께 숨을 거뒀다.

◇불량 수류탄 탓? = 문제는 두 번째 의문점에 있다. 전선에서 숙달된 병사라면 안전핀을 뽑고도 한참을 지연해 투척해 살상반경을 넓히는 게 수류탄의 특징의 하나. 지연시간이 짧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통제관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던 손 모 훈련장의 투척참호에서 사고가 났다면 쉽게 설명이 안된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에 따르면 불량 수류탄일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도 비슷한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육군 병기사령부와 국방기술품질원에서 불량 판정을 받았던 수류탄과 동일한 모델이 이번 훈련에서도 사용됐다는 것이다.

◇종류는 동일하나 생산로트는 달라 =사고 수류탄은 김 의원의 지적대로 ‘K413(KG14) 세열 수류탄’. 살상력은 이전의 수류탄과 동일하지만 작고 가볍기에 보다 멀리 정확하게 투척할 수 있는 신형이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K400 세열수류탄의 무게가 450g인데 비해 260g으로 가볍다. 크기도 작다. K400이 높이와 지름이 각각 89.7㎜, 60㎜인데 비해 K413은 86㎜, 50㎜다.

문제는 김 의원 지적대로 작고 가벼워 병사들이 선호하던 이 수류탄이 지난해 결함을 드러냈다는 점. 탄약사령부의 2014년 4월 탄약 정기시험에서 30발 중 6발의 수류탄이 국방규격상 치명적인 결함으로 분류되는 지연시간 3초 미만에 폭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품질원은 같은 해 11월 제조업체의 제조결함으로 수분흡습방지 방수액이 지연제에 침수돼 조기폭발이 일어났다고 결론냈다. 군은 결함이 발생한 수류탄과 동일 로트의 제품 6만발에 대해서만 수거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용 중이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납품된 분량만 약 100만 발. 현재 재고량은 25만발에 이른다. 이번에 사고가 난 수류탄은 불량품과 품종을 같지만 생산로트가 다른 제품이다. 생산로트란 자동차의 마이너 체인지와 비슷하다. 같은 모델이라도 생산년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자동차처럼 무기도 생산로트에 따라 조금씩 품질이 다르다.

◇사고 재발 가능성, 전수 조사 검토= 군은 난감해하고 있다. 사고 즉시 불량 가능성이 제기되는 통에 동요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장병들은 물론이고 군에 아들을 보낸 부모들의 ‘수류탄 훈련을 중지해달라’는 전화도 몰린다는 소식이다. 군은 일단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하되 중장기적으로 수류탄 전수를 검수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치명적 살상력을 지닌 수류탄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전투력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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