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서바이벌 노년


최근 관심 있게 보는 방송이 있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자리잡은 가수들이 서로 경연해 탈락자를 결정하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1인당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을 위해 많은 준비와 최선을 다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는 서바이벌이 대세가 된 듯하다. TV에서는 연일 즐거움을 위한 예능은 물론 모델∙가수 심지어 신입사원 공채과정까지도 서바이벌 방식을 통해 결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생애주기에서도 점차 서바이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늘어난 수명으로 어느 때보다 긴 노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한국인의 평균연령은 78.2세로 20년 전의 69.8세보다 8.4년이 늘어났다. 하지만 직장 정년은 대략 53세 전후로 이 통계를 받아들인다면 은퇴 후 약 25년은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 이는 상금이나 취업이라는 보상을 위한 서바이벌이 아닌 정말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어느 세대보다 위험이 크다. 안전한 노후를 위해 3층 안전망을 준비하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기반으로 2층인 퇴직연금을 쌓고 마지막 3층은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정도의 준비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가정들은 많은 소득을 내 집 마련에 투자하고 그나마 남은 것은 자녀 교육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점차 한국인의 노년을 서바이벌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해야만 하는 극한의 상황은 노인과 노인의 경쟁은 물론 노인과 젊은이가 경쟁하는 등 세대 간의 갈등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노년의 서바이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고 있는 주택연금(역모기지)은 주택을 활용해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평생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의 부양 부담까지도 줄여줄 수 있다. 또 지급 받은 연금액이 집값을 초과해도 자녀들에게 부족분을 청구하지 않고 반대로 남을 경우에는 돌려주기 때문에 상속인들의 부담도 크게 없다. 우리 인생은 30년 준비하고 30년 일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비슷하다. 하지만 선택에 따라 남은 30년을 서바이벌이라는 상황에서 버티느냐, 아니면 서바이벌에서 벗어나느냐가 갈린다. 노년을 치열한 서바이벌의 시기가 아닌 편안한 삶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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