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허 찔린 시장

한은 예상 뒤엎는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br>국고채 5년물 20개월만에 3%대로 폭락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줄곧 내비쳐온 기준금리 인상 사인을 곧이곧대로 믿어온 채권시장이 허를 찔렸다. 예상을 뒤엎은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다 김 총재가 9일 간담회에서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적정금리)으로 이른 시일 내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고채 금리가 1년8개월 만에 3%대로 폭락하는 등 시장 전반이 'BOK(한국은행 영문 약칭) 쇼크'에 빠졌다. 더불어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의 이번 결정을 부동산시장 위축에다 추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하면서도 계속되는 물가앙등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고 금리 정상화라는 정책기조에도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는 대내외 경제환경을 보면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점진적으로 적정금리까지 정상화한다는 명제는 유지하지만 인상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임을 밝힌 것이다. 적정(중립)금리란 물가상승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금리수준을 말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의 중립금리가 연 4.25∼4.5%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한은의 금리동결과 김 총재의 비둘기(온건) 색채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은 뒤통수를 맞은 모습이다. 특히 채권시장은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그동안 사용한 '금융완화 기조 유지'라는 표현에서 '유지'를 뺀데다 김 총재가 각종 강연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물가 부분을 강조해온 점에 주목하면서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왔다. 이에 따라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급락하고 국채선물 가격은 치솟았다. 국고채 5년물의 경우 0.20%포인트 떨어진 3.83%까지 내려앉았다. 4%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인 지난해 1월8일의 3.72%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통안채 91일물도 0.10%포인트 급락한 2.54%에 거래를 마쳤고 3년 만기(AA-) 회사채도 0.25%포인트 빠진 4.32%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날 한은이 내놓은 기조를 감안할 때 이르면 오는 10월에라도 인상이 가능하지만 연내 두 차례 이상의 연쇄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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