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평가 받는 종이작품·드로잉

최근 쉴레의 풍경화 112만파운드 고가 낙찰등<br>"작가의 진가 생생" 국내외 시장서 작품성 인정<br>'워크 온 페이퍼'전 등 국내 전시회도 잇따라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런던 크리스티의 종이작품(worl on paper) 경매에서 112만파운드에 낙찰된 에곤 쉴레의 풍경 수채화.

종이 위에 오일파스텔, 색연필 등으로 그린 윤해남의 풍경화.

지난달 말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근대 종이작품(Modern Work on Paper)' 경매에서 에곤 쉴레(1890~1918)의 풍경화가 112만7,650파운드(약 21억원)에 팔렸다. 종이 위에 수채물감의 일종인 과슈와 연필로 그린 이 작품은 치열한 경쟁 끝에 추정가의 4배에 낙찰됐다. 이 경매에서는 앙리 마티스의 인물 드로잉(57만 파운드), 마르크 샤갈의 정물 수채화(38만 파운드), 파블로 피카소의 인체 드로잉(34만 파운드) 등도 고가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저평가된 종이작품ㆍ드로잉의 힘=국내에서 종이작품, 수채화, 드로잉 등은 유화에 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 특히 드로잉은 작가의 아이디어가 직접적으로 표현된 완성작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사전 작업인 스케치 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외국 경매회사들은 이들을 별도 섹션으로 마련해 비중 있게 다룬다. 소더비가 매년 1월 여는 '거장의 드로잉' 경매는 평균 매출이 20억~4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런던에서 팔린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의 '뮤즈의 두상'은 2,920만 파운드(약552억원)로 드로잉 최고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미술시장도 종이작품과 드로잉을 재평가하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 4월 박수근ㆍ이중섭ㆍ김환기ㆍ장욱진 등 근대 거장의 종이작품만을 모아 전시를 열었다. K옥션 역시 '드로잉' 테마 경매를 구상중이다. 이들 작품은 유화에 비해 가격이 10% 미만에 불과해 유명 화가의 작품을 적은 부담으로 장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상류층 컬렉터들은 특정 작가의 작품을 수집할 때 유화나 조각 외에 드로잉 작품을 포함해야 '풀세트'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미술관 전시에 드로잉 작품이 빠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리씨갤러리 이영희 대표는 "종이작업을 중심으로 한 드로잉 작품은 작가의 즉흥적, 충동적, 감각적 기교와 아이디어, 정신성을 볼 수 있어 화가의 진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며 "게다가 종이작품은 수명이 길고 산뜻하고 담백한 미감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하반기 드로잉전 풍성=청와대 입구 팔판동 리씨갤러리는 8월말까지 한일 작가 6명의 종이작품을 모은 '워크 온 페이퍼'전을 열고 있다. 작가 오원배는 종이 위에 무심히 흘린 듯한 물감작업으로 그의 오랜 주제인 인간 실존의 문제를 보여준다. 종이 위에 오일파스텔과 색연필 등으로 그린 윤해남의 작품은 작가의 손맛과 인상주의적 이미지가 돋보인다. 일본의 대지미술가 오쿠보 에이지, 신예작가 이즈미 아끼야마의 작품도 전시됐다. 또 화동 PKM갤러리는 신진작가 발굴 공모전의 첫 전시를 '드로잉전'으로 정하고 8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다. 드로잉이 작가의 기본기라는 신념으로 30대 미만의 젊은 작가들의 가능성과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하반기에는 드로잉 전시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하는 방이동 소마미술관은 오는 9월16일부터 대규모 드로잉전을 개최한다. 2008년에 열린 '한국 드로잉 100년'의 2부격인 전시로 양정무 한예종 교수가 기획을 맡아 1930년대 이후 활동한 한국작가를 중심으로 드로잉의 역사를 정리한다. 소격동 학고재갤러리는 올 2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조각가'로 등극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드로잉전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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