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6일] 라응찬 회장이 답할 차례다

"회장님! 회장님!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지난 14일 저녁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 로비. 수십명의 취재진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하고 나온 라응찬 회장에게 몰려들었다. 기자들은 라 회장에게 "고객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했다. 하지만 라 회장은 끝끝내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청원경찰을 보호막 삼아 도망치듯 은행을 빠져나갔다. 신한금융의 수장인 그가 조직을 뒤흔들어놓은 일을 해놓고서도 고객과 국내 주주들에게 설명 한번,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현장 여기저기서는 "재일교포 주주는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서 국민(고객과 일반주주)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신 사장 세 사람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 라 회장의 경우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검찰과 금융감독원의 대대적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라 회장은 신 사장 측이 제기한 비자금 사용문제도 해명해야 한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나고야설명회에서 이번 사태를 이사회에서 처리하도록 위임한 것도 라 회장 편을 들었다기보다는 빠른 사태수습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이번 신한지주 이사회 결정에 대해 "직무정지는 검찰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 업계나 금융당국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속 회장직을 유지하려는) 라 회장의 노욕도 원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15일 신한사태와 관련, "관계자는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한 발 뒤로 빠지려는 듯한 라 회장과 이 행장의 책임문제를 지적한 셈이다. 그런데도 라 회장은 시종일관 묵묵부답이다. 원칙을 다시 살펴보자. 신한의 최대주주는 17% 지분을 갖고 있는 재일교포주주가 아니라 62%가 넘는 소액주주들이다. 나아가 신한을 이 위치로 끌어올려준 '신한 고객들'과 고비 때마다 과감하게 공적자금을 투입시켜준 '국민'들이다. 이미 신한금융의 상처는 깊다. 앞으로 신한을 어떻게 이끌 것이고 조직의 장으로서 거취문제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인가. 이번에는 라 회장이 소액주주와 고객ㆍ국민들에게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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