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월급쟁이 애환 등 한국정서 코믹하게 가미했죠

영화 스파이 주연 설경구

설경구

자주 보니 반갑다. 죽음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열혈 소방관(타워), 경찰 감시반 황반장(감시자들)에 이어 허술함과 유능함을 오가는 월급쟁이 첩보원(스파이)으로 연이어 관객과 호흡하고 있다. 배우 설경구(45)얘기다. 공교롭게도 출연 작품의 개봉이 올해 몰려 누구보다도 열심히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고 있다.'스파이'개봉에 즈음해 지난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설경구와 마주했다.

5일 개봉한'스파이'는 올해 개봉한 그의 출연작 중 적잖은 산통을 겪었던 영화다. 애초 이 영화는'미스터 K'라는 제목으로 이명세 감독이 연출하기로 한 작품이었지만 제작사 JK필름과의 불협화음으로 이 감독이 중도 하차하고,'해운대'의 조감독 출신 이승준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선장이 바뀌니 영화의 색깔도 달라졌다.


"윤제균(JK필름대표)·이명세의 조합이 궁금해 처음 이 영화를 선택했어요. 윤 감독 스타일의 코미디와 이 감독의 영상미가 만났을 때 빚어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가 꽤 컸습니다. 중간에 굴곡이 있으면서 영화의 목표 지점이 변했죠. 코믹으로 아예 방향을 틀었고 웃음을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당초 예상했던 흐름과는 달라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내놓은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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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백미는'오아시스'이후 10여 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춘 설경구·문소리의 연기 앙상블이다. 문소리는 진한 경상도 사투리로 잔소리를 퍼붓는 아내 역에 충실했고, 설경구는 아내 앞에서는 마치 고양이 앞에 쥐 마냥 어찌할 바를 모르는'허당'첩보원으로 맞춤 옷을 입었다. 여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웃음을 안겨주는 고창석·라미란 등 조연의 감초 연기까지 얹어'코믹영화'로 매우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 '스파이'는 이래저래 꼼꼼히 논리를 따지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참 허술함이 많은 영화죠. (웃음) 기본 틀은 스파이 영화지만, '시월드'(며느리의 시집살이)·월급 받는 스파이의 애환 등 한국적인 정서를 많이 가미했습니다. 추석 명절에 전 부친 뒤 가족들과 극장나들이 하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스파이'에 이어 설경구는 오는 10월 이준익 감독의'소원'개봉도 앞두고 있다. "앞선 작품보다는 긴 호흡의 영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웃돌며 승승장구 하고 있고,'타워'(518만)'감시자들'(550만) 등 그의 출연작 역시 높은 흥행 타율을 보이며 성공하고 있지만 배우로서'긴 호흡의 묵직한 영화'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한 듯 보였다.

"깊이 고민하고 아파하는 영화, 잔상이 남는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요즘 한국 영화 정말'잘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맵시가 뛰어나고 세련됐죠. 그러나 그 맵시가 얼마나 갈지 의문이 듭니다. 지금의 관객은 빠른 리듬에 익숙해져 있지만, 돌고 도는 게 트렌드니 곧 긴 호흡의 영화가 쏟아지고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때도 다시 올 거라 생각합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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