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30일] 공포감이 일으킨 신종플루의 경제학

상상이 실재를 압도하는 상황을 '시뮬라시옹'이라고 한다. 최근 신종인플루엔자A(H1N1)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과 소비자들의 행태를 보면 우리사회도 '시뮬라시옹'에 갇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후 신종플루 감염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종플루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실제 그 위험성을 압도하고 있다. 더욱이 이를 이용해 잇속을 챙기는 기업들까지 나타나면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여러 건강 보조식품들에는 어김없이 '이 제품을 사면 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광고문구가 붙어 있다.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늘기 시작한 8월 말부터 대형마트 등에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홍삼 등의 매출이 배 이상 껑충 뛰면서 비슷한 기능을 홍보하는 제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 하지만 이는 본래 갖고 있는 건강증진 기능을 홍보하기보다는 공포감을 이용해 손쉽게 매출을 늘리려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던 업체들까지 이런 추세에 편승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화장품 업체들은 이제 '비비크림' 대신 '손세정제'를 발 빠르게 시장에 내놓아 마치 의약외품인 것마냥 홍보하고 있다. 도넛 업체들도 김치 도넛을 내놓으며 동참했고 심지어 신종플루에 좋다는 항균 스프레이까지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신종플루에 좋은 휴지까지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휴지로 코를 풀면 세균을 억제해 신종플루를 예방할 수 있다는 홍보 마케팅도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업체가 '흑마늘이 타미플루보다 더 효력이 있다'고 거짓광고를 했다고 하니 전혀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기업들이 신종플루 마케팅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이면서 소비자들의 공포감이 제품매출을 늘리고 이를 이용한 기업들의 과대광고는 더욱 큰 공포감을 조장하는 현상이 이른바 '신종플루의 경제학'이라는 한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시뮬라시옹'에서 벗어나는 가장 강력한 방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밖에 없다. 신종플루를 100% 예방하는 약은 없다. 평소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신종플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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