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은행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은행창구의 보험판매 인원을 지점당 1인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포함시킬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 시행령이 통과될 경우 은행창구를 통한 보험상품 판매는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어 그동안 거액을 들여 합작회사를 설립하거나 전산 시스템을 개발해온 은행과 대형 보험사들은 불필요한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된다. 은행권은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될 경우 방카슈랑스 참여를 거부하고 보험사와의 제휴를 철회하는 등 집단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7일 국회와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재경위 일부 위원들이 방카슈랑스 시행에 앞서 은행의 영업점당 보험판매 인력을 1명으로 제한하기로 하고 관련규정을 대통령령에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재경위의 이 같은 방침은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경쟁력이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해온 중소형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한 이해집단의 강력한 로비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재경위가 지난 4월30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 같은 모집인수 제한방침을 이미 보험사들에 밝혔고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점의 판매인력이 1명으로 제한되면 사실상 방카슈랑스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도 “방카슈랑스는 보험상품 판매비용을 줄여 보험료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는 등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제도”라며 “단기적으로 규모에서 열세인 보험사들이 고전할 가능성도 있지만 점진적인 도입을 통해 해결하자는 취지였던 만큼 시행령으로 판매인력을 제한하는 것은 상식 밖의 조치”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