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6월 17일] 경영평가를 평가한다

SetSectionName(); [목요일 아침에/6월 17일] 경영평가를 평가한다 권홍우(편집위원) hongw@sed.co.kr

"잘했어." 공기업의 기획부장 K씨가 받은 사장의 칭찬이다. 지난해 B등급이었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덕분이다. 사장에게 임원 승진 언질까지 받았지만 K 부장의 속내는 씁쓸하다. 무엇을 위한 경영평가인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평가등급 A의 비결은 총력 대비. 지난해 높은 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고 사내 인재들을 모아 별도의 팀을 꾸려 3개월 동안 준비한 결과다. 막판에는 한달간 호텔에서 합숙해가며 보고서를 만드는 데 매달렸다. K 부장은 "소모적이다. 이런 인재들이 다른 일에 투입됐다면 국민 경제를 위해 훨씬 더 생산적인 결과를 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평은 보고서 꾸미기 경연대회 과연 이 공기업의 경영 여건은 나아졌을까. 그 반대다. 직원 수를 줄여 점수를 땄지만 하위직급 위주로 인적 구조조정이 이뤄져 1인당 인건비는 오히려 올라갔다. 노동조합의 무리한 사내 복지 확대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적도 있다. 경영평가상 '노사 화합' 부문의 점수를 의식해서다. K 부장은 당장은 표시가 나지 않더라도 경영평가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기본 체력이 약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어느 공공기관이나 사정은 대동소이다. 지난해보다 등급이 두계단 상승한 어떤 공기업은 평가를 담당한 교수들의 인맥을 찾아 성향을 분석하고 5개의 상이한 시나리오별 보고서를 꾸몄다. 보고서 작성을 아예 외부 용역에 맡기는 곳도 있다. 규모가 작은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다. 보고서를 '장식'할 인원도, 예산도 부족해 늘 낮은 등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실제 경영 내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통계가 말해준다.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진 경영평가 실적과 대조적으로 공기업 부채는 날로 늘어만 간다. 매년 16~20%씩 증가하며 지난해 377조원을 기록했던 공공기관 채무는 올해 4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8년 이후 3년간 공공기관 부채 증가율은 무려 61%. 급증하고 있다는 국가채무 증가율 36%보다도 높다. 109조원의 빚으로 채무 1위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A등급, 23조원의 채무를 떠안고 있는 한국전력이 S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아이로니컬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경영평가제도가 공공기관 선진화를 이끄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며 자화자찬이다. 성과를 내지 못한 기관장들의 물갈이 효과까지 거론하지만 견책성 인사의 대부분은 규모가 작거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공공기관에서 일어났다. 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대목이다. 채무 반영, 중장기 평가제 도입을 평가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수들의 비전문성도 문제다. 경제나 경영을 공부한 교수들이 경영 실적은 수치로 평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비계량적 부분에 대한 평가역량은 부족하기 십상이다. 획일성도 도마에 오르내린다. 같은 경영혁신이라도 외부 용역에 의한 혁신이면 일률적으로 점수가 올라가고 연구 용역에는 교수가 끼는 게 보통이다. '경영평가는 교수의, 교수에 의한, 교수를 위한 잔치'라는 혹평까지 나온다. 공공기관의 기관장이 매년 경영평가를 의식해 단기업적에 치중할 위험도 높다. 과연 그렇지 될지는 3~4년 뒤면 판가름나겠지만 문제는 그때까지의 상대적 손실이다. 존재 이유가 이윤에 있는 기업과 달리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경영평가로 휘둘린다면 손실은 국민 경제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과 주무부처, 감독관청의 감사 및 검사와 경영평가를 연계하거나 중장기로 나누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는 별도의 경영평가보다도 고객 만족도와 경영실적으로 공기업 경영을 평가한다. 한국적 경영평가를 평가할 때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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