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일본의 현재, 한국의 미래


1년 전 발생한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 사고로 이어진 대참사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일본의 장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의 오늘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지표 중 하나가 세계 최고의 노인인구 비율이다. 일본은 인구의 노화로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져 마침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인구 고령화는 적어도 40년 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인데 일본이 왜 적극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무서울 정도로 조심스럽고 정확하고 철저한 일본은 왜 인구 고령화라는 거대한 트렌드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을까.

日 고령화 대응 소홀해 저성장 늪

버블 붕괴가 시작된 지난 1990년부터라도 제대로 대응했다면 일본이 지금같이 힘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20여년 전 일본의 대응은 매우 근시안적이었다. 큰 변화가 시작됐는데도 조세부담 억제와 정부 지출 확대라는 초보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 일본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이르는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제로 금리 때문에 국채 부담을 가볍게 생각했고 경기 침체에 대한 구조적 접근을 외면한 채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에 만족했다.


일본의 인구 고령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는 2050년에는 노인인구비율이 거의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경제사회적 부담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서는 장수사회에서 저출산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 플러스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역삼감형 인구 구조로 인해 경제ㆍ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지난 30여년 동안 일본은 저출산으로 자녀 양육ㆍ교육비용을 절감했을지 몰라도 경제ㆍ사회의 뿌리가 밑둥부터 쇠약해지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단카이 세대라는 베이비붐 세대만 믿고 있다가 낭패를 당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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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20년 전 일본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경기 침체를 단순히 경기 변동의 한 과정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우리 기업이 욱일승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나마도 잘나가는 대기업에 배알이 꼬여 있지 않은가. 적당히 성장했으니 일단 나눠 먹자는 모습이 역력하다. 참으로 20여년 전 일본 모습을 데자뷔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유럽ㆍ일본 등의 저성장 문제는 해결 가능성 측면에서 낙관하기 어렵고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의 노인인구비율은 아직 11%에 불과하지만 2050년이 되면 일본도 따라잡을 추세다. 인구구조적으로 보면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르게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베이비붐 세대는 일본보다 훨씬 두텁기 때문에 고령사회(노인인구비율 14%)에 접어들면 일본보다 훨씬 가파르게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 100년 뒤를 내다보고 경제ㆍ사회를 재설계하고 재구조화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암울해질 수 있다. 온 국민이 그렇게 미워하지 않아도 대기업도 얼마 가지 않아 한계 상황이 올 수 있다.

'저비용·고효율' 발전전략 모색해야

한국은 일본의 성장모형을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국가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현재의 한국과 현재의 일본을 비교하는 오류를 범한다. 한국의 현재와 비교해야 하는 일본은 20여년 전의 일본이다. 한참 잘 나가던 일본만큼 현재의 우리는 강한가. 일본만큼 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일본 모델을 극복할 수 있는 한국형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ㆍ사회 전반을 저비용ㆍ고효율 시스템으로 전환시켜가고 복지도 확대에 앞서 저비용ㆍ고효율 구조로 바꿔야 한다. 국가 미래는 염두에 두지 않은 최근 정치판의 복지 공약은 이런 점에서 공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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