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인간은 보려고 하는 것만 볼수있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br>(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은행나무 펴냄)


에탄올과 메틸에테르의 분자는 모두 탄소 원자 2개, 수소원자 6개, 산소 원자 1개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원자들의 조합 배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에탄올의 분자식은 CH3CH2OH, 메틸에테르의 분자식은 (CH3)2O이며 물성(物性)도 다르다. 이처럼 무조건 외워야만 했던 화학 반응식, 무슨 의미인지 몰랐던 분자 구조는 우리들을 과학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서를 통해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는 데 앞장서 온 저자는 신작에서 그 동안 자신이 주장했던 생명 현상에 대한 견해를 이어간다. 특히 이 책의 차별화된 점은 저자의 개인적 경험, 과학 역사에 남을 만한 실험 조작 스캔들, 성서를 비롯해 에세이ㆍ소설 등 기존 문학 작품의 글귀 등을 재구성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저자는 '의인화'와 '비유'라는 도구를 사용했다. 책 속에서 세포들은 사람이 많이 모이면 경쟁이 일어나듯 치열하게 싸우고, 유전자 역시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약육강식의 논리를 따르기도 한다. 저자는 효소의 대사는 추억의 게임 '팩맨'에 비유해 설명하고 몸 속의 기관인 랑게르한스섬은 그 명칭에 기대어 실제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섬처럼 묘사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는 의인화와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과학과 생명의 거대한 프로세스를 너무 단순화시키고 있을지 모른다고 스스로 고백하면서도 그 유용성을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제목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무언가를 잘게 쪼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그 본질을 알 수 없다는 것. 저자는 '더 미세하게, 더 마이크로적인 관점으로'라는 주장을 펼치며 세상에 현미경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과학자들이 결국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며 세상의 많은 부분들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냈고 인간은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않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과학뿐 아니라 우리 인생사에 적용에도 무방할 듯하다.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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