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베드로부터 現 프란치스코까지 교황 업적 정치적 사건과 함께 엮어내
英 출신 저자 25년 이상 공들인 대작
교황청에서 발행하는 '교황청 연감'에 따르면 '교황(敎皇ㆍPope)'이란 "로마의 주교(主敎),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使徒)의 우두머리인 베드로의 후계자, 전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 서유럽의 총대주교, 이탈리아의 수석대주교, 로마 관구대주교이자 수도대주교, 바티칸시국의 주권자"로 규정돼 있다. 엄청나게 거창한 호칭들이 나열되지만 정리하면 가톨릭교회라는 종교의 수장이자 바티칸이라는 소국의 국가원수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톨릭교회의 지도자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교황은 하느님의 계시를 가장 확실하게 통역해 낼 수 있는 지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이를 명분으로 교황직은 지난 2,000년 동안 끊김 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셈이다.
'교황 연대기(원제 The Popes)'는 교황에 대한 한 권의 역사서다. 예수의 제자이기도 했던 베드로에서 시작해 그 이후 이어지는 교황들의 업적을 중요한 정치적 사건들과 함께 꾸몄다. 저자는 책에서 300여명의 교황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2명 이상이 공존했던 '대립교황' 시대도 포함한다. (교황청이 공식으로 인정하는 교황은 베드로에서 현 프란치스코까지 266명이다.)
초대 교황으로 인정받는 베드로는 로마에서 가톨릭이 뿌리내리는 단초를 제시했다. 그리고 교황 레오 1세는 흉노족ㆍ고트족 등 이민족으로부터 로마를 지켰고, 레오 3세는 이민족인 프랑크족 샤를마뉴에게 황제의 관을 씌워 줌으로써 '황제 위의 교황'이라는 위상을 세웠다. 그레고리오 7세는 황제들과 맞서서 패권 다툼을 벌였고, 인노첸시오 3세는 십자군 원정을 촉발했다. 이와 함께 전성기 르네상스 시대의 알렉산데르 6세, 율리오 2세, 메디치의 레오 10세를 다루고 있다. 교황청의 부패에 맞서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반종교개혁의 선봉에 섰던 바오로 3세와, 나폴레옹과 투쟁했던 비오 7세 등의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20세기에는 두번의 세계대전 중에 교황직을 수행했던 베네딕토 15세와 재임한지 보름도 안돼 죽음을 맞은 요한 바오로 1세의 미스터리를 풀어보고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를 살펴보고 있다. 원작이 2010년에 저술됐음으로 내용은 베네딕토 16세에서 끝난다.(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사임하고 지금은 프란치스코 치세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교황에 얽힌 많은 이야기를 풀면서 때로는 후세에 엇갈리는 해석에 대해서는 나름의 판단을 하고 있다. 첫째가 초대 교황에 대한 문제다. 대체로 베드로에서 교황이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그 근거는 마태복음 16장에 나오는 구절 외에는 미약하다고 저자는 판단했다. 베드로가 로마에서 순교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이지만 로마의 주교를 교황이라고 한다면 베드로는 주교를 지낸 적이 없다.
레오 3세는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에게 '황제'의 자리를 제공했다. 동로마제국(비잔틴제국)에 로마황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황제가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로마세계는 동서로 결정적으로 분열했고 기독교도 로마가톨릭과 그리스정교로 1차 분열했다.(2차 분열은 종교개혁시기) 레오 3세는 로마세계의 분열이 초래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교황이 황제를 임명할 권한과 영예를 가져야 한다며 행동에 나섰다.
저자 존 줄리어스 노리치는 영국 출신의 작가이자 역사가로 '비잔티움 연대기'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 '베네치아의 역사'등의 저술로 잘 알려져 있다. '교황 연대기'는 그가 25년 이상 구상하고 집필해 81세가 되던 해에 탈고한 필생의 대작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8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교황제도 자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