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어제 ‘현재 상황은 참여정부가 약속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규제와 노사관계 불안을 그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정부가 규제완화를 그렇게 강조했건만 지난 2003년 3월 7,794개이던 행정규제가 지난해 6월에는 8,029개로 3% 늘었다. 말뿐인 규제완화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제조업 근로자들의 소득 대비 임금이 경쟁국보다 2~4배 높고 생산성에 비해 임금상승률도 지나치게 높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과다한 규제와 높은 임금수준은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악한 환경은 기업을 밖으로 쫓아낸다. 그러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경제의 지속적 성장은 어려워진다. 규제와 강성노조의 폐해는 독일 기업들의 국적이탈 현상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자국 국적을 포기하고 범유럽기업(Societe EuropaeaㆍSE)으로 전환한 기업 7개 중 3개가 독일 기업이며 독일 증시의 닥스지수 구성 우량기업 30개 중 5개가 2년 내 국적을 바꿀 예정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이 같은 국적이탈은 규제, 특히 노조의 경영참여를 과다하게 허용한 회사법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기업들이 노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규제가 덜한 SE로 전환하는 것이다.
우리 사정도 독일 못지않다. 수도권공장총량제ㆍ출자총액제한제 등은 기업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고용 관련 연령제한 금지 등 부담을 가중시키는 새 규제도 속속 생기고 있다. 여기다 노조 동의 없이는 인력 및 생산라인 재조정이나 해외 공장 설립도 어려울 만큼 노조의 입김이 세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들의 해외 탈출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지금 환율하락과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완화와 상생의 노사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노조의 자발적 임금동결 확산 등 노조 활동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