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취임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운용 밑그림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박 장관은 20일 올해 5% 경제성장률 목표치에서 큰 폭의 하향조정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현 정부 초기부터 추진해온 감세 기조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여당의 감세기조 수정 입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세율과 고성장을 양대 축으로 삼는 'MB노믹스'의 궤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 참석한 자리에서 "경제정책 운용을 쉽게 하기 위해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재정부는 오는 30일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성장률ㆍ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지표의 올해 목표치를 수정할 예정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5%인) 성장률 목표치가 조정되더라도 소폭 수준이 될 것 같다. 다만 실제로 목표치대로 갈 수 있을지는 하반기 선행경제지표들의 기저효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한나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반대하고 나선 추가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감세정책의 효과를 언급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거론하며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장관이 감세문제를 언급한 것은 그 동안 법인세ㆍ소득세에 대해 정부가 일관적으로 추진해왔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전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장들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는 정부 부처 간 의사소통이 원활히 되지 않는 이른바 '부서 간 칸막이(silo behavior and mentality)'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정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다"며 원활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에너지 가격 현실화는 (상승압박을 받는) 물가 때문에 힘든 면이 있지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3%인 정부 물가상승 목표치를 사실상 달성하기 힘든 시점에서 새로운 물가 목표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송병준 산업연구원 원장,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원윤희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박우규 SK 경영경제연구소 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