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R&D 전문성 키우고 기술이전 기여자엔 인센티브 필요

[기술 사업화, Death Valley 넘어라] <br>연구기획·특허 출원·사업 관리등 R&D 성과확산 위한 전문성 키워야<br>연구개발자 중심 보상체계 개선, 기술이전 기여자에 인센티브 필요<br>시장성 고려한 연구개발 집중… 사업화 연결 선순환 구조도 시급


기업이 요구하는 유망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연구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술성ㆍ시장성ㆍ사업성을 분석해야 한다. 국내외 연구동향을 파악하며 개발된 기술의 특허 출원ㆍ관리와 적정 기술료 산정 등을 거쳐 기술이전 계약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을 모두 연구자가 담당하기 힘들다. 연구기획-사업관리-성과관리에 이르는 연구개발(R&D) 전주기에 걸쳐 성과확산을 지원하는 조력자, 즉 기술이전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 R&D 투자 규모가 매년 10% 이상 늘고 SCI급 논문과 특허출원이 급증하면서도 국내 대학ㆍ출연연구기관의 연구 생산성이 낮은 것은 우수한 연구성과를 사업화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술이전 전담조직(TLO)의 역량이 부족하고 기술사업화 인력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술이전 기여자 보상체계 미흡=대학ㆍ출연연의 기술이전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2,184건이던 기술이전 건수는 2008년 3,212건으로 50% 늘었고 기술료 수입액도 같은 기간 687억원에서 1,287억원으로 87%나 늘었다. 하지만 연구생산성은 1.3%에 그쳐 독일 7.7%, 미국 5.6%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국내 대학ㆍ출연연의 R&D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2009 산학협력백서'에 따르면 전국 115개 대학 산학협력단 기술이전 전담부서의 평균 인력은 4.6명이다. 전년도에 비해 0.2명 늘었지만 13개 대학은 상근인력이 한 명도 없다. 특히 4.6명 중 기업정보관리나 상담ㆍ계약 등 순수하게 기술이전만을 맡고 있는 인력은 평균 0.8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초ㆍ산업기술연구회 소속 26개 출연연의 성과확산부서 인력은 총 153명으로 평균 5.9명 꼴이다. 미국(2004년 기준)의 경우 대학이 8.65명, 연구소 6.1명이고 일본(2003년 기준)은 대학과 연구소를 합쳐 14.3명이다. 선진국에 비해 숫자도 적지만 업무 전문성도 크게 떨어진다. 국내 대학의 기술이전ㆍ사업화 전담부서 인력의 경력은 평균 19개월에 불과하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기술이전 전담자의 근속연수가 평균 7년에 이르는 것이 비하면 너무 짧다. 경력이 일천하다 보니 고도의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한 기술사업화에서 성과를 내기 힘들다. 김해도 한국연구재단 성과확산지원팀장은 "대학과 출연연이 순환보직제를 채택하다 보니 업무가 익숙해질 만하면 옮겨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연구ㆍ개발자 위주로 돼 있는 기술이전 보상체계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기술이전ㆍ사업화촉진법에는 대학과 연구소들이 기술이전에 성공하면 연구자가 기술료의 50% 이상, 기술이전 기여자는 10% 이상 보상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2009년 대학들이 거둔 총 300억원의 기술이전 수입료 중 56%(157억6,200만원)가 연구자 몫이고 기여자 보상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5억8,600만원(2.1%)에 불과했다. 이스라엘 등 외국 연구기관의 기술이전 담당자들은 금융기관 종사자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다. 전문가들은 금전적 보상 외에도 인사고과에서 우대하는 등 기술이전 기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동기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급자 위주 R&D 연구생태계 수요지향적으로 바꿔야=대학과 출연연들은 연구개발을 수행할 때 시장성과 상품화 가능성을 고려한 독창적인 혁신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시장과 동떨어진 공급자 중심적인 연구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 연구자들은 사업화보다는 논문 게재나 특허출원 정도에 만족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기업들도 대학이나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학ㆍ출연연의 연구성과에 대한 신뢰가 낮다 보니 기업들은 아예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기술을 사서 쓰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이제 대학ㆍ출연연의 R&D와 기술사업화는 공급 중심의 '푸시(push)'형보다는 수요지향적인 '풀(pull)'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기획(plan)→사업관리(Do)→성과관리(See)로 이어지는 R&D 전주기 과정에 적합한 성과확산체계를 구축해 우수한 연구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병환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2000년대 들어 R&D 성과의 사업화 활용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도 1세대 R&D를 지나 2세대 R&D로 접어들었다"면서 "이미 사업화와 시장성을 고려하는 3세대를 지나 외부 R&D 기관의 연구인력과 연구성과를 활용하는 4세대 R&D로 나아가는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으려면 상대적으로 뒤처진 연구관리ㆍ평가시스템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연구성과의 확산과 기술이전ㆍ실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에 맞춰 각 부처로 흩어져 있는 R&D 성과관리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지식재산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연구성과와 사업화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브리지 프로그램'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최원호 교육과학기술부 지식재산관리팀장은 "기초ㆍ원천기술 성과와 사업화ㆍ실용화를 잘 연계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국과위가 상설화되면 기존 성과활용지원사업을 보다 체계화하고 범부처 기술사업화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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