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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또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와 경기 탓도 있겠지만 3년 국채금리는 2.3%선마저 깨졌다. 미국 정책금리가 0%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는 2% 정책금리도 여전히 높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개방경제에서 통화정책은 동조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우리나라와 선진국 간에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첫째, 미국에서는 장기고정금리 대출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의 대출은 주로 단기금리에 연동돼 있다. 그래서 미국은 정책금리는 제로금리이지만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3.8% 수준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단기금리 연동 20년 만기 주택대출금리는 3.5% 안팎이다. 정책금리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2.2%포인트나 높지만 대출금리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금리가 더 낮다.
둘째, 우리나라는 단기금리에 연동된 금융활동이 많기 때문에 정책금리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미국은 정책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떨어뜨려도 30년 모기지 금리는 여전히 4% 전후이다. 앞으로 단기금리를 급속하게 인상해도 장기금리는 반도 상승하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책금리를 인하하면 즉각적으로 대출금리가 그만큼 하락한다. 반대로 정책금리를 급속하게 인상하면 경제활동에 큰 타격을 준다. 이런 구조에서는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만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정책금리의 변동폭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셋째, 보유금융자산의 구성비 차이 때문에 통화정책의 순효과가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기 예·적금이 45%인 반면 미국은 15% 정도이고 대신 주식과 같은 투자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면 부채를 가진 사람의 부담을 줄여주면서 자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는 마이너스 효과는 크지 않다. 투자자산 가격이 오를 경우에는 양자 모두 득이 될 수도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에게서 부채를 가진 사람에게 부를 재분배하는 꼴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거 형태의 차이에 따른 영향이다. 미국이나 선진국은 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세의 비중이 60%로 높다. 그래서 금리 인하는 전세 가격을 올리거나 전세의 월세전환을 촉진시켜 주거비용 부담을 상승시킨다. 금리 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은 일부 지역에 제한되지만 전세 가격 상승은 보편적으로 일어난다.
통화정책은 둔탁한 큰 망치라는 말로 경제 전반에 걸쳐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금리의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경제구조가 다르면 금리의 파급효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 구조에 맞는 통화정책의 정체성은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