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두 얼굴의 정치권

표 의식 대기업 때리면서 "중소기업 정책은 강화"<br>레미콘 파동·외국인력 등 산적한 현안엔 팔짱만

"이제는 중소기업을 적극 보호하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쪽으로 국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합니다. 국회가 중소기업ㆍ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대변자가 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중소기업 여러분과 상공인 여러분들이 크게 받아주기 바랍니다."

지난해 8월31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모임'이 주최한 중소ㆍ서민경제 국민 대토론회에서 손학규 당시 민주당 대표가 축사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중소기업을 지키겠다고 나선 의원들의 모습에 당시 자리에 있었던 자전거ㆍ식품ㆍ소프트웨어ㆍ대기업 하청업체 등 대다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요즘 중소기업인들은 국회의원들의 '나 몰라라'식 등돌림에 "또 속았다"는 탄식을 터뜨리고 있다.


정치권이 한편으로는 중소기업을 돕는다며 대기업 때리기 등을 일삼으면서 정작 중요한 지원법안 통과를 외면하거나 주요 현안들에 팔짱을 끼는 위선적 태도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표를 노린 선심성 구호나 선동성 포퓰리즘 주장을 앞다퉈 내놓기만 할 뿐 중소기업 민생현장에서 시급히 필요한 조정이나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21일 민주통합당이 중소기업청을 장관이 이끄는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하자 중소업계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터져나왔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 정책을 강화한다는 구호가 또 나왔다"는 냉소적인 목소리 일색이었다. 중소업체 A사의 대표는 "선거가 끝나면 현실로 돌아가 공약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안 속는다"고 꼬집었다.


최근 여야는 유사한 중기 대책을 나란히 발표했다. 새누리당이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진출 금지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은 데 이어 민주당이 이와 비슷한 중소기업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과도한 규제보다는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이 필요한 현안부터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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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치권이 서민의 표를 의식해 대ㆍ중기 관계를 적대적으로 몰면서 대기업 규제를 통해 중기를 살린다는 그릇된 인식만을 퍼뜨리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이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규제 남발은 오히려 중기마저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중소업계에는 외국인근로자, 근로시간 단축, 레미콘 파동 등의 현안이 산적해 있다. 대다수 업체들이 당장 경영에 타격을 입을 정도로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안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모습을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권의 두 얼굴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B업체의 한 관계자는 "표만 바라보고 내세우는 헛구호들은 실제 중소기업에는 전혀 와닿지 않는다"며 "당장 인력을 구하는 게 힘든데"라고 토로했다.

특히 정부가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고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세우면서 중소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지만 정치권에서는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영세 하청업체나 대기업과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하나하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높은데 정치권에서 나 몰라라 하면서 중기는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라며 "현재 정치권에서 내세우는 정책은 표를 모으기도 부족하고 경제만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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