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과잉과 극단의 票퓰리즘


'표(票)퓰리즘'의 본질은 정치적 과잉이다. 과잉은 극단과 통한다. 복잡하고 빠른 세상에서 과하게 주장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주목 받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과잉과 극단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오히려 더 풀기 어렵게 만든다. 등록금 촛불, 중수부 폐지 논란, 일반 약의 약국 외 판매 허용 논란 등의 문제는 합리적으로 수렴해 풀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 그럼에도 정치가 오히려 과잉과 극단에 편승하려고 한다. 등록금 문제만 하더라도 등록금 인하에서 반값으로, 반값에서 완전무상으로 계속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도 개혁과제로 내세우더니 아예 없었던 일로 하자며 원점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정치를 하기 전 법관을 평생 천직으로 알고 있던 나였다. 춘천에서 초임판사로서 영장을 담당하던 어느 날 시내에서 가장 큰 서점을 상대로 불온서적을 압수 수색하겠다는 영장이 청구됐다. 전두환 공안통치 아래에서는 오늘날 명작으로 평가 받는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도 압수 서적이었다. 전국에서 일제히 영장이 청구됐고 예외 없이 영장이 발부됐다. 그러나 나는 독재정권이 저지르는 진시황의 분서갱유 같은 일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날 밤을 새우며 영장을 기각했다. 다음날 아침 초유의 일에 법원과 검찰이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영장담당 판사가 바뀐 다음날 영장이 발부됐음을 알게 됐다. 담당검사가 내가 기각했던 영장원본을 파기해 없애버리고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권좌에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랐던 검찰이었다. 검찰개혁은 정치권에 맡겨진 오래된 과제였다. 그런데 정치가 너무 정치적이어서 오히려 문제를 풀 정치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급기야 국적 불명의 표(票)퓰리즘이란 신조어가 생겨 매표행위의 정치가 비난 받고 있는 것이다. 포퓰리즘(populism)의 원래 의미는 정치중심이 아니라 국민중심이라는 뜻이다. 등록금 인하도 검찰의 독립성 확보도 의약품 판매 방식도 정치중심이 아니라 국민중심으로 판단한다면 무엇이든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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