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신탁통치 시대… 유통업계 긴급 진단

◎내년 신규 출점 연기·포기 속출유통업계가 위기 국면에 봉착해 있다. 지난해말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불황은 백화점·슈퍼마켓·편의점 등 유통업체의 유례없는 매출감소세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의 IMF에 대한 구제금융신청은 소비심리를 한층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IMF의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 업체들은 사태를 주시하고 있지만 내년도 경기가 시계제로인 만큼 사업에 조차 자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보다 경기가 더 침체될 경우 지금까지 추진해 온 투자를 줄이고 경영을 축소하거나 현상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불황한파에 따른 부도사태, IMF측의 정책개입에 따른 산업구조조정 등 급격한 변화로 위기에 놓여 있는 업계의 움직임을 부문별로 긴급 진단해본다.<편집자주> ◎백화점/현금결제 유보/어음결제일 연장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이 백화점이다. 근검절약 분위기가 고조될수록 백화점 주력 품목인 고가브랜드들은 매출이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출감소는 무한경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백화점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는데 표면적으로는 직원들간의 경비절감캠페인이, 내부적으로는 필사적인 자금조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의 어음발행이 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롯데·신세계·현대·그랜드 등 주요 백화점들은 탄탄한 자금력을 과시하듯 납품업체에 현금결제 또는 20일이하의 어음을 발행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위기상황을 느낀 백화점들이 어음결제일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납품업체 위주로 어음결제일을 45일·60일·90일까지 늘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 이는 심각해지는 업체들의 자금난을 말해주고 있다. 자금난은 매출감소와 함께 치열한 신규출점경쟁에 기인하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내년 중에 1∼2개의 신규점을 오픈할 계획으로 현재 공사를 진행 중에 있는데 웬만한 백화점 하나 지으려면 1천억원이상 소요되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공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 진행 중인 점포신설작업에 많은 돈이 몰려 있어 시간을 끌수록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이 신세계백화점측의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은 내년에 광주·울산점 등 2개점을 지을 예정이다. 반면 춘천에 백화점 부지를 확보해 놓고 있는 현대백화점은 내년 경기전망에 맞춰 점포를 오픈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침체분위기에 비추어 점포개설을 늦출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랜드백화점 역시 내년 10월 예정된 연면적 5만평 규모의 복합쇼핑센터 강서점을 오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규모가 워낙 커 이를 뒷받침할 자금력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뉴코아백화점은 법원에 화의신청으로 전국 10여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포공사를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광주 화니 등 지방백화점들은 신규점을 짓다 부도가 나는 등 어려운 지경에 있어 신규점 증설은 생각도 못할 처지라고 할 수 있다. ◎할인점/사업 축소 바람속 신세계·롯데만 “확대” 불황시대에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 할인점이다. 하지만 최근 IMF국면의 심각성은 할인점사업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업계가 자금난에 처하고 미래마저 불확실, 할인점업체들은 앞다퉈 신규 출점을 포기하고 있다. 농심가는 지난 11월 사전계획에 따라 「메가마켓」 천안점을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상황이 급변하면서 착공시기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한화유통은 내년 중에 잠실점 지하를 할인점으로 바꿀 계획이었으나 자금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 계획을 잠정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보해 놓았던 대전 둔산지구 할인점부지를 포기한 것도 사업축소의 일환. 동아백화점 운영업체인 화성산업은 내년중 대구 성서지역과 구미부지에 할인점을 개점한다는 목표로 내년초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최근 이를 잠정 취소했다. 원주에 할인점부지를 확보해놓고 있는 그랜드백화점은 서울 강서점(백화점)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어 원주점 착공은 생각도 못할 상황. 신세계백화점은 내년중에 E마트 6개, 프라이스클럽 1개점 등 할인점 7개를 당초 예정대로 개점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구의점 등 할인점 2개를 내년중에 오픈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롯데·신세계 모두 내년중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황시대 유망업종인 할인점마저 위축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출만큼 충분한 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리다매를 취하고 있는 할인점은 수익성이 백화점에 비해 절반도 안되지만 점포망 확보에 따른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업체마다의 자금력이 빈익빈부익부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슈퍼마켓/부진점 무조건 폐점/장기임차 점포 물색 슈퍼업계의 내년도 출점전략은 부실점포를 무조건 폐점시키고 신규점을 출점하더라도 자가점포는 완전 배제, 장기임차 위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LG수퍼마켓」을 운영하는 LG유통은 내년도에 10년이상 장기 임차 위주로 점포를 확보할 방침이다. 그동안 지주가 부지를 장기임차해 주는 지주공동개발 방식은 지주들과의 협조가 잘 안돼 적극 추진되지 못했으나 내년에는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이같은 개발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공동개발이 가능한 지주를 적극 물색할 계획이다. LG유통 관계자는 『일본도 버블경제 붕괴이후 부동산시장이 침체하자 슈퍼업계에 공동개발 장기임차 점포가 급증했다』면서 『우리도 이같은 상황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화의를 신청했다 철회한 해태유통은 다음주까지 본부인력을 50% 축소, 전원 영업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또 부실점포는 가차없이 매각한 후 매각대금으로 지방에 신규점을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개점하는 점포는 1백% 지주공동개발 방식으로 하는 한편 신규건물은 모두 조립식 가건물 형태로 지어 건축비용을 50%이상 절감할 계획이다. 「한화스토아」를 운영하는 한화유통은 내실경영을 천명,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상황을 관망하면서 가능한한 점포를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농심가」를 운영하는 농심가도 부실점포를 꾸준히 폐점시키는 대신 신규점포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7백∼8백평짜리 대형점 위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편의점/위탁가맹 지양/구조전환 서둘러 편의점업계는 IMF 쇼크로 차입경영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자 내년도 출점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내년도에 가맹구조를 전환해 살길을 모색하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정했다. 그간 편의점업체들은 점포망을 확대하기 위해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는 위탁가맹에 주력해 왔으나 자금 확보가 어려운 내년부터는 창업자본을 거의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완전가맹 위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는 완전가맹을 통해 본사의 자금부담을 줄이는 한편 실업 또는 퇴직자의 증가로 1억원 이상의 자금력을 갖춘 완전가맹자 확보가 용이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자금 회수가 거의 1백% 가능한 편의점의 장점을 강조하면 완전가맹점주를 적극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25」를 운영하는 LG유통은 완전가맹 점포를 올해 25개에서 내년에는 40여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며 「훼미리마트」를 운영하는 보광 훼미리마트도 올해 20여개인 완전가맹점을 내년에는 4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로손」을 운영하는 코오롱유통은 내년 출점목표 70개 가운데 절반정도를 완전가맹으로 할 방침이며 「바이더웨이」를 운영하는 동양마트도 올해보다 완전가맹을 강화한다는 기본원칙을 세워놓고 있다.<이강봉·이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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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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