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를 기회로] 신성장동력 돛을 올려라

트렌드·경영환경 예측 미래먹거리 발굴…

M&A·신사업 진출 등 적극 나설 때

"경영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분야는 가장 잘 나갈 때가 최대 위기다."

핀란드의 국민기업인 노키아는 1865년 창업 당시 제지회사였다. 이후 고무회사와 케이블·전자회사로 변신했다가 1992년 제지와 펄프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이동통신 단말기와 정보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지 10년 만에 미국의 모토롤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했다. 끊임없는 변신과 혁신이 성공 비결이었다. 누구도 노키아의 아성을 허물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노키아의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폰은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우스꽝스런 제품"이라고 비웃으며 자신들이 표준이라고 고집했다.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시장 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대가는 처참했다. 연간 적자가 5조원을 넘었고 주가는 5년 새 90% 이상 폭락했다. 40%가 넘었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은 한 자리 수까지 곤두박질쳤다. 노키아는 "조직이 커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졌고 혁신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결국 노키아는 지난해 휴대전화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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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와 경영환경의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다 위기를 자초한 사례는 노키아 말고도 숱하다. 카메라 필름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던 코닥이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에 몰락한 것이나 휴대용 게임기에만 의존하던 닌텐도가 모바일과 온라인 게임시장으로 옮겨가는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세계 게임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린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당장 이익을 내면서도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한발 앞서 사업 다각화와 변신을 꾀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구가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기업이 듀폰이다. 1802년 화학회사로 출발한 듀폰은 여전히 소재 등 화학 분야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몬산토에 이어 세계 2위의 종자기업이기도 하다. 매출의 절반가량을 씨앗을 팔아 올리고 있다. 몬산토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식품첨가물이나 제조체를 생산하던 화학회사였던 몬산토는 최근 10년간 종자시장에 역량을 집중한 현재 연 매출 120억달러를 올리는 세계 최대 생물공학기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국내에도 머지않은 미래에 닥쳐올 위기와 시장변동에 대비해 미리 업종 전환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가 있다. 두산그룹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맥주 등 음료사업이 주력이었고 한국네슬레·한국3M·폴로랄프로렌 등 외국기업과의 라이선스를 통해 커피·사무용품·의류 등 소비재를 판매하는 기업이었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소비재로는 영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그룹 경영진은 이들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등을 잇따라 인수,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했다. 세계 굴지의 중장비 업체인 '밥캣'을 인수하는 등 10년 새 자산규모를 3배나 늘린 두산그룹은 사업 구조를 성공적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두산처럼 사업구조 재편과 신수종 사업 발굴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노력은 부단하게 이뤄지고 있다.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혁신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듀폰이 화학회사였지만 그룹의 상징이었던 섬유 부문을 미련 없이 팔아치우고 종자회사인 파이오니아를 인수해 종자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경영 환경 변화에 제때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내부 유보금을 활용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신사업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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