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 「그룹웨어 직접개발」 첨예 갈등

◎업계 “수요잠식·중복투자 생존기반 위협” 반발/총무처 “호환가능 효율높다” 공청회서 강행 밝혀「전자정부를 실현하는데 정부가 할 일은 어디까지인가.」 총무처가 정부부처 및 기관에 구축하는 전자결재시스템을 기업을 배제한 채 직접 개발, 배포키로 한 것과 관련, 총무처와 업계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전자정부 구현이 국가경쟁력 강화의 핵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대립은 정부와 민간간 역할의 분담과 한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은 지난 18일 「총무처 그룹웨어 관련 공청회」를 열었지만 양측은 전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총무처는 올초 그룹웨어를 직접 개발, 모든 정부부처에 무료로 배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이같은 사실을 각 관공서에 공문서로 통보했으며 현재 부분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중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민간간 갈등의 핵심은 총무처가 과연 소프트웨어제품 개발과 보급 등 전자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비즈니스영역의 일까지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예컨대 그룹웨어와 같은 제품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개발, 공급하면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생존기반이 없어질 것은 당연하다. 그룹웨어의 경우 정부부처가 최대 시장이다. 총무처는 정부의 예산문제 등을 들어 자체개발, 무료배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청회에서도 총무처측은 『그룹웨어 배포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업계가 이해해줄 것』을 당부했다. 총무처의 주장은 각 부처마다 서로 다른 민간제품을 쓸 경우 호환이 안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직접 개발해 보급하면 중복투자 방지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것이다. 총무처의 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 정부부처에 보급해 왔는데 아무 문제제기가 없었다』며 『유독 그룹웨어에 대해서만 불만이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공청회에서 민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진형박사는 『정부의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정책 가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창출인데 총무처 계획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산 그룹웨어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슷한 제품을 따로 개발하는게 오히려 중복투자』라고 비판했다. 특히 호환성문제와 관련, 『정부가 업체에 표준안을 제시하면 되는 것이지 정부가 직접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박사는 또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인 성능개선(업그레이드)이 중요한데 정부가 성능개선까지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 경우 오히려 이용자인 공무원들이 커다란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룹웨어업체인 S사의 K이사는 『요즘 영업사원들이 정부부처에 찾아가면 공무원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며 『영세한 그룹웨어업체들이 올들어 심각한 영업위기에 빠졌다』고 요즘 겪고 있는 고충을 털어 놓았다. H사의 J이사는 『조만간 업계가 공동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총무처와의 전쟁」도 불사할 듯한 업계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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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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