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승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

대담: 조희제 생활산업부장 기업 경쟁에서 독점이나 과점으로 한 업체가 시장의 이익을 독식하는 경우, 그 기업이 큰 이익을 낼 수는 있겠지만 그 같은 시장상황을 건전하다고 말 할 수는 없다. 시장이 독점이나 과점 상태로 유지되면 그 같은 환경을 향유하는 업체도 결국 쇠락하게 마련이며, 경쟁을 통해서만이 발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인점 시장에서 홈플러스가 갖는 의미는 다른 업체의 존립 의미와 다를 수 밖에 없다. 토종 기업들이 장악한 할인점 시장을 위협하는 유일한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 선진 첨단 기법으로 무장한 업체라는 점, 외국 경영기법에 한국적 마인드를 가진 업체라는 점들은 홈플러스가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들이다. 이 번 주에는 스폿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유통기업 홈플러스 복판에 선 CEO 이승한(57) 사장을 만나보았다. -요즈음 바쁘시죠. ▲ 네 바쁩니다. 그런데 능력 있는 사람은 놀면서 일 처리를 잘하는데 전 그렇지 못합니다. -우선 내년 유통경기를 전망해주시죠. ▲ 연초만 해도 전문가들은 경기가 올 중반기에 저점을 찍고 3분기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국은행에서도 국내경기가 현재 바닥을 통과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지표경기와 실물경기는 시기차이가 있게 마련입니다. 지난해 경기가 워낙 안 좋아 현재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2분기께나 체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복이 시작된다고 해도 V자는 힘들고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봅니다. 경기는 실질경기와 심리경기로 나눠 볼 수 있는데 현재는 카드채 문제에 정치자금 수사, 부동산 정책 등이 어우러져 가진 사람들 조차 호주머니를 열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게 문제입니다. 시중에 떠도는 600~700조원의 부동자금을 투자나 소비로 유도하려면 경제의 펀더멘털을 바꿔야 할 것으로 봅니다. -최근 할인점 점포수가 포화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업체간 M&A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국토가 넓은 미국은 할인점이 인구 7만 명당 한 개 꼴로 있고, 프랑스는 5만 명당 하나 꼴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12만 명당 할인점 하나가 적정 규모라고 가정할 때 할인점의 수는 400개 정도까지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현재 국내에 1,000평 이상 규모의 할인점 수가 280개 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120개 정도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점포 오픈 속도는 지금 보다 늦어질 것이 확실합니다. 이런 와중에 일부 경쟁 업체 점포들은 우리 점포의 매출에 절반에 그치는 곳도 있습니다. 이런 업체들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시장은 중간 업체 없이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양극화 할 것으로 봅니다. 3~4개 업체는 도태되고 결국 3~4개 업체만 살아남을 것으로 봅니다. 현 상황으로 볼 때 점포수가 너무 많은 업체들은 상권 중복 문제 때문에 M&A 상황이 와도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유리한 편이지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토종 할인점 업체들과 경쟁해 나가기 위한 향후 홈플러스의 경영전략은 무엇입니까. ▲ 우리는 홈플러스라는 할인점 사업을 이마트나 롯데마트와 경쟁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목표는 몸집이 큰 할인점 업체가 되기 보다는 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세계최고의 유통업체를 만드는 것 입니다.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2007년까지는 매출면에 있어서도 선두 업체인 이마트를 앞설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홈플러스 28개 점포중 이마트와 동일상권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12개 점포들 가운데 10개 정도는 매출에서 이마트를 앞서고 있습니다. 매출규모에 있어서는 동일 상권의 외국계 할인점 보다는 2배 정도 많고 이마트 보다는 매출이 20~30% 더 나오고 있습니다. 저도 이마트가 국내 할인점 업계의 최강자라는 점에는 동의합니다만 이는 홈플러스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기에 가능한 것 입니다. -소매금융 진출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 소매금융 진출의 첫 단계로 고객 분석을 위해 현재 200만 명에 달하는 패밀리카드 회원을 2006년까지 500만 명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ATM단말기 사업과 대출서비스도 단계적으로 준비ㆍ검토중 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카드사업은 카드 전문업체와 금융업은 금융전문 업체와 제휴할 생각입니다. -5년 이상 외국계 기업의 CEO로 일하셨는데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는 저를 CEO로 생각지 않고 사업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본사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할 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업무를 파악하기 때문에 그들이 신뢰를 하고 있습니다. 또 테스코는 현지 법인과 경영자에게 재량권을 많이 주고 있어 어려운 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우리가 외국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아니면 국내기업이냐, 외국기업이냐를 따지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우량기업이냐, 그렇지 않으냐를 따질 뿐 입니다. 우리 보고 외국 기업이라고 하는데 국내에 순수한 토종 기업이 얼마나 됩니까. 자본비율로 따지면 신세계도 외국인 지분이 47%나 되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최근 시민단체로부터 좋은 상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설명 좀 해주시죠. ▲ 지난달 12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으로부터 비제조업 부문 바른 외국기업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경실련에서 조용히 실사를 해서 좋은 상을 주셨습니다. 최고의 시민단체로부터 바른 외국기업으로 평가 받아 기쁩니다. 이번에 받은 상은 다른 어떤 칭찬과도 비교할 수 없는 좋은 상이라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이승한 사장의 경영철학 이승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의 경영철학은`예술경영`이다. 이 같은 철학은 불완전한 것을 완전함으로 바꾸어 나가는 예술이 경영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이 사장은 “예술은 불완전 하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완벽한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자기의 열정과 혼을 불사른다. 예술경영이란, 이처럼 최고경영자에서부터 사원에 이르기까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해 가는 과정”이라는 지론을 편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이승한 사장은 몇 가지 경영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본질경영, 효율경영, 감동경영, 속도경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감동경영은 고객과 종업원, 협력업체 모두에게 최고의 만족으로 감동을 주는 경영을 말한다. 흔히들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라면 고객 경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상례지만, 이승한 사장은 종업원과 협력업체까지도 모두 만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종업원이 직장과 직무에 만족해야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고 고객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협력업체가 만족해야 품질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고 결국에는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을 더욱 싸게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승한 삼성테스코 사장 약력 ▲ 46년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출생 ▲ 70년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졸 ▲ 01년 한양대학교 도시계획학 박사과정 수료 ▲ 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 제일모직 입사 ▲ 90년 삼성물산 개발사업 본부장 ▲ 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 ▲ 99년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사장 <정리=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