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해빙기 맞는 글로벌 원전산업] 에너지 부족, 기댈 곳은 원전뿐… '르네상스 시대' 다시 연다

세계 각국 日지진 패닉 벗고 속속 신·증설-수출 나서<br>2030년까지 350기 건설, 안전성·국민소통 강화 '숙제'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프 원자력정책 방향 세미나'에 참석한 프랑스 원자력 전문가들이 기조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가는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며 기존 원전정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3월11일 이전까지 전세계 원자력 업계는 원전 르네상스의 단꿈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초대형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을 덮치면서 모든 것이 쓸려갔다. 그리고 후쿠시마 쇼크가 발생한 지 7개월여가 흐른 지금 잔뜩 움츠렸던 원전 산업이 다시 해빙기를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패닉에 빠졌던 전세계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51개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 중 원전계획을 재검토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힌 국가는 9개국에 그치고 있다. 다만 땅에 떨어진 원자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원전 안전성을 높이고 국민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가 부과됐다. 이 같은 흐름은 21일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프랑스원자력산업회의가 서울에서 연 '한ㆍ프 원자력정책 방향과 국민수용성 제고 방안 세미나'에서 잘 드러났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전세계 1위의 원전 수출국인 프랑스가 바라본 글로벌 원전정책과 변화에 관한 내용이 발표됐다. 특히 이번 세미나는 향후 국내외 원전정책의 움직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프랑스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청 관계자를 비롯해 한국전력ㆍ한국수력원자력ㆍ에너지경제연구원과 국내 원전 관련 회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상득 의원, 정갑윤 의원 등 국내 정치권에서도 상당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필립 갸르드예 프랑스원자력산업회 회장은 "후쿠시마 사고는 대중에게 원자력에 대한 의문점을 불러일으키며 세계 에너지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저탄소 정책과 경제성을 볼 때 장기적으로 원자력의 부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는 오는 2030년까지 350기의 원전을 신규로 건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는 43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63기가 건설되고 있다. 원전이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8%에 달한다. 실제로 후쿠시마 사태 이후 각국의 원전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독일과 스위스ㆍ스웨덴만 기존의 원전정책을 철회했을 뿐 대다수 국가는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며 사고 직후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기존 원전 정책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중국의 경우 후쿠시마 사고 직후 원전 승인을 보류했다 최근에는 선별적 승인으로 물러섰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을 줄일 것을 검토했으나 최근에는 원안 유지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사고 당사국인 일본도 최근 들어 베트남으로의 원전 수출을 위한 조사계약을 체결하는 등 서서히 원전 수출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달 정부가 원전과 관련해 터키 측과 접촉했고 최근에는 베트남과 원전 수출과 관련한 물밑접촉을 진행하는 등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에 이어 후속타를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본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7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국민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다소 줄었지만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 수용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높아졌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원전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순흥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자력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하고 원자력 사고에 대한 명확한 정보제공도 필요하다"며 "원자력에너지의 이점과 안전성 확보, 위기관리 등을 국민과 소통해나갈 때 원전이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달에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한국지부가 공식 출범할 예정이고 최근 원전이 위치한 5개 지방자치단체가 한데 뭉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더구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원자력이 정치 이슈화될 가능성도 높다. 양영진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홍보문화실장은 "후쿠시마 사태 이전 원자력에 대한 국민인식은 '신뢰'단계였으나 지금은 '오해' 단계로 퇴보했다"며 "앞으로 생활밀착형 커뮤니케이션 등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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