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꿈과 희망을 나누는 건축사


건축사라는 직업이 있다. 건물을 설계하고 공사 전과정을 총괄 감독해 멋진 건축작품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들이다. 얼마 전 극장에서 상영된 '건축학개론'에서의 주인공 직업이 바로 건축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건축사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주로 건축가나 건축설계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건축을 설계하는 전문가를 칭하는 단어는 건축사가 맞다.


전문직 업종 중에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직업은 아마도 의사와 변호사일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항상 쉽게 볼 수 있고 사회적인 명망과 고소득(?)의 표상이 돼 많은 사람들로부터 동경을 받는 대상이다. 건축사는 멋진 건물을 디자인하는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매우 전문적인 직업이지만 의사나 변호사처럼 일반 국민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자기 집이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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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다양한 특성이 있지만 의사나 변호사와 다른 건축사의 큰 직업적인 특성이 있다. 의사나 변호사는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찾아가게 되는 전문가들이다. 의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본인의 몸이 아프던지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이 아플 경우 찾아가게 된다. 마음이 무겁고 때로는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의사들은 주로 상대해야 한다. 얼굴에는 근심이 있고 표정도 밝지 않다.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밤잠을 못 이루는 송사에 연루됐거나 형사 사건에 관련돼 무척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의사나 변호사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 최고의 순간에 건축사를 찾아온다. 내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가슴 벅찬 순간이다. 오랫동안 자금을 마련하고 계획했던 나만의 집을 설계한다든지 사업적으로 성공해 사옥을 설계하러 건축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인생의 큰 성취에 고무돼 있는 사람들이다. 건축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항상 밝고 희망에 차 있으며 자신감이 넘친다. 이렇게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건축사의 마음도 밝아진다.

건축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간직하던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렸을 때 본인이 편안하게 생각했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라든지 여행을 하다가 감명을 받았던 건물에 대해 건축사와 즐거운 대화를 이어간다. 사옥을 짓는 회사의 사장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사옥을 짓기까지 그동안 걸어왔던 사업적인 역정을 이야기하면서 설계작업이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 구현된 멋진 건물이 완공되면 건축주와 건축사 모두 깊은 감동을 받는다. 그리 화려하거나 군림하는 직업은 아니지만 항상 밝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건축주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건축사라는 직업의 매우 큰 이점이자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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