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신뢰」라는 자본/서상록 중소기업연 부원장(로터리)

산업사회의 전형적인 조직이 기업이다. 기업이란 고용자(사)와 피용자(노)가 힘을 합하여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 공급하는 영리조직이다.「노」와 「사」와 「고객」이라는 3그룹의 「사람」이 기업활동을 맺어주는 마디(결절)역할을 한다. 돈과 상품이라는 물재가 세 결절점을 교환이라는 형태로 왕래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사이의 「관계」고, 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다. 기업은 고객을 믿고 생산하며, 고객은 기업을 믿고 구매한다. 사는 노를 믿고 경영하며, 노는 사를 믿고 일한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믿을 때 기업이라는 조직은 바르게, 그리고 원활하게 돌아간다. 신뢰야말로 기업활동을 증진시키는 자본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쓴 「트러스트」란 책을 흥미있게 읽었다. 후쿠야마는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단체와 조직을 만들어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했으며 이 사회적 자본의 핵이 신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적 자본이라고 할 때 보통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지식을 지칭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서로 결속할 수 있는 능력의 기초가 되는 신뢰야말로 인적 자본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 그에 의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높은 사회가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회며, 이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사회가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훨씬 높은 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및 독일과 같은 신뢰가 높은 사회가 그 전형적인 예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물적자본에 의한 경제성장은 한계가 있으며 신뢰를 핵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이는 결국 인적 자본이며 문화의 질과 수준이다)이 경제성장의 차원을 높인다는 쪽으로 후쿠야마의 이론을 확대할 때, 그의 이론에서 취할 바가 있다. 연초부터 개정된 노동관계법을 둘러싸고 노와 사가 극한대결의 시그널을 교환하고 있으며 노·사·정이 다시 팽팽한 긴장국면에 들어섰다. 나라를 위하여, 그리고 다중고를 겪고 있는 우리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노·사·정은 이번의 긴장과 대결국면을 성숙된 대화의 장 안에서 풀어주었으면 한다. 이 대화의 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서로간의 신뢰다. 「믿어주세요」라고 말한 한때의 최고통치자에게서까지 속았을 때 우리사회의 불신풍조는 그 절정에 이르렀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신뢰하는 문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신뢰야말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충전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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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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