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독자성’만 인정되면 미국의 동의 없이 원자력 기술ㆍ자원 등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을 크게 뜯어고친다.
김영식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은 23일 국내 원전 분야의 중장기 연구개발 계획인 ‘미래 원자력 종합로드맵’을 발표하고 “국내 원전 연구개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오는 2014년으로 만료 예정인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改正)’이 아닌 ‘제정(制定)’한다는 자세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지난 1973년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정이 국내 모든 원자력 관련 활동을 미국과의 ‘공동결정(JD)’ 후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내 연구진의 연구활동에 제약이 존재해왔다”며 “특히 원자력 안전표준, 연구개발(R&D) 등의 분야에서 지난 수십년간 빠르게 변화한 부분을 담지 못한 만큼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반영해 협정을 다시 보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원자력협정(공식명칭 ‘원자력의 민간이용에 관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은 1973년 발효 당시 미측과의 불균등한 힘의 관계로 인해 사실상 모든 독자적인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 활동을 미국과의 공동결정 후 진행하도록 하는 등 국내 원자력 과학기술 성장을 저해하는 불평등협정으로 지목돼왔다. 특히 국내 독자 기술력을 갖춘 원전 관련 플랜트 수출에 대해서도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해 국내 원전산업의 세계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 국장은 “한국이 독자적 기술력을 갖추고도 미국과의 원천기술 문제 때문에 해외 원전수출에 어려움이 많다”며 “미측과의 협정 재개정 협상을 통해 ‘독자성’에 대한 인정 조항을 새롭게 만들어 이 부분이 충족될 경우 자유롭게 수출을 할 수 있도록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행 공동결정의 효력기간도 크게 늘려 예컨대 지금의 5년을 20년으로 확대하고 이 기간 동안에는 포괄적인 미측의 동의를 가지고 자유롭게 R&D 활동을 보장받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이미 이 같은 포괄적 동의 방식으로 1988년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재개정에 성공, 현재 상용 재처리 공장까지 완성한 상태다.
정부는 올 5월 개최된 ‘제28차 한미 원자력공동상설위원회’에서 협정 재개정 문제를 공식 의제화한 상태로 내년 상반기 29차 회의에서 본격적인 협상 개정 방향과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과기부는 이날 공개한 미래 원자력 종합로드맵 시안을 통해 현재 20기가 운영되고 있는 대형 원자로를 오는 2020년까지 30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