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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웅의 탄생을 많이 축하해주세요."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 '사격의 신' 진종오(35·KT)의 우승을 구경하러 온 관중은 이름도 낯선 천재의 '깜짝' 등장을 목격했다. 주인공은 사격에 입문한 지 3년밖에 안된 흥덕고 2학년 김청용(17). 김청용은 이날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권총 개인전 결선에서 201.2점으로 199.3점의 팡웨이(중국)를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앞서 벌어진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진종오·이대명(26·KB국민은행)과 1,744점을 합작, 한국 사격 사상 아시안게임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 김청용은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가운데 첫 번째로 2관왕에 올랐다. 첫날인 지난 20일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 유력했던 사격은 은메달 2개에 그쳤지만 하루 만인 이날 릴레이 금메달이 터지면서 '효자종목'으로서 체면을 차렸다. 화성에서 열린 남자 트랩 단체전에서는 정창희(울산북구청)·이영식(창원시청)·신현우(수원시청)가 중국과 쿠웨이트에 이어 동메달을 합작했다.
모두 20발을 쏘는 결선에서 첫 4발을 모두 10점대에 명중하며 초반 기선을 제압한 김청용은 7번째 발에서 10.4점을 기록, 1위로 올라서더니 11번째 발에서 만점인 10.9점을 뚫어 공동선두에서 단독선두로 나섰다. 이어 15·16번째 발을 10.1점, 10.4점으로 쏜 김청용은 2위 팡웨이와의 격차를 2.2점으로 벌리며 금메달을 예약했다. 네 번째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첫 금메달에 도전했던 진종오는 179.3점으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진종오는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을 이미 제패했지만 '아시안게임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50m 권총 7위와 이날 동메달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결선에 본선 점수가 반영되지 않는 바뀐 룰에 발목을 잡혔고 아시안게임 직전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세계신기록 포함 2관왕)에 출전하는 등 강행군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진종오는 "사격이 쉬운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한국에서 하다 보니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김청용 얘기가 나오자 "새 영웅 탄생을 많이 축하해달라. 오늘 주목은 여기 영웅이 다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웅' 김청용은 중학교 2학년 때 재미로 총을 잡아 사격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갈 정도로 빠져들었다. 태권도 선수 출신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격 선수로 진로를 정한 김청용은 사격계에 드문 왼손잡이라 훈련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3년 전 의료사고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그는 남은 가족을 생각하며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어머니 오세명씨는 "청용이는 나이에 비해 성숙하다. 엄마·누나를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하고 내게는 성공해서 꼭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고 대견해했다. 아들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엄마가 고생 많이 하셨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근 2년 새 국내 고등부 대회 우승을 싹쓸이한 김청용은 올해 태극마크를 달고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에서 덜컥 역사를 썼다. 김청용은 "지금까지 진종오 선배님이 많이 가르쳐주셨다. 경기 전에도 첫 시리즈를 잘 풀어가면 실력이 나올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며 "오랫동안 선배님과 생활하고 싶으니 더 열심히 하겠다. 선배님한테 많이 배우면서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격을 할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