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적 성향의 학회인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경제학자들'이 4일(현지시간) 개최한 패널 토론에서 시장분석기관인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가 올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70달러에 머물 것"이라며 "올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유류를 포함 때는 -10%, 제외할 때는 -5%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보다 더 큰 문제는 금융시장 충격이라고 시나이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 증시가 이미 40~45% 폭락한 가운데 루블화 가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러시아 금융시장이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방권의 제재가 유가 하락과 맞물려 러시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는 서구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미국 등의 제재조치가 러시아 경제에 확실한 타격을 줬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조치로 유럽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경제는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를 더 큰 궁지로 몰아 거대한 악몽이 발생하기 전에 정치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제재는 미국 경제에도 장기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책연구기관인 '국방 대안을 위한 프로젝트'의 찰스 나이트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신냉전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협력관계가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며 "국방비 부담에 미국의 재정적자가 늘어나는 반면 국내투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시리아·이란 등 여러 분쟁지역에 개입해 지원여력이 없는 가운데 유럽의 국방비 부담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