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임종룡호 금융개혁 드라이브] '자율' 강조하지만… 의구심 못거두는 금융권

"경기부양 발맞춰 금융권 압박 커질 것" 시각

수수료 등 합리적 결정 주장에 "한계 불가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치를 내건 금융개혁의 핵심은 '자율'이다. 금융당국의 개입은 가급적 자제하고 시장논리에 입각한 금융회사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게 그 뼈대다. 이를 당국 수장으로서 응당 밝히는 교과서적인 '립서비스' 이상의 무게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임 위원장이 바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만큼 현장 애로에 공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런데 시작부터 금융권에서는 "임 위원장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론이 번지고 있다. 당장 경기부양에 올인한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어 그의 자율론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징후는 지난 17일 임 위원장의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임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수수료·배당·금리결정에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특히 "단지 이익이 줄어든다고 수수료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를 두고 "가격결정은 경영의 핵심"이라며 "금융회사는 믿기 어렵다는 뉘앙스가 느껴진다"고 당황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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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위원장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대출금리 인하를 금융회사에 요구한 것을 두고도 "경영 간섭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준금리에 따른 금리조정은 당연하다는 논리지만 기준금리가 금리결정에 유일 변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률적인 금리인하 요구는 무리하는 반론도 많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가만 놔둬도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은행들이 알아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이런 식의 금리인하 요구가 금융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결국에는 금융의 정치 예속화도 가속화시킨다"고 우려했다. 한 금융회사 임원도 "정책당국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서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 감소를 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늘리라고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금융회사의 탐욕이 문제라는 뉘앙스로 경영을 압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사실 '자율 존중'을 캐치프레이즈처럼 들고 나온 임 위원장의 앞길은 애초부터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점쳐져 왔다. 금융이 극심한 경제침체 속에서 경기부양 카드로 활용되면서 관치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으로서는 실물경제를 북돋워야 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과 저금리와 핀테크로 대변되는 패러다임 변화로 고전하는 금융회사 입장 모두를 보듬어야 한다. 상당 부분에서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 가계부채만 해도 임 위원장은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부처 간 통일된 시각"을 강조하지만 '경기부양'과 '대출관리' 사이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최근 한국은행마저 경기부양으로 통화정책을 선회해 가계부채 문제는 임 위원장의 리더십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임 위원장이 현장을 강조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는 높이 살 만하다"며 "큰 틀의 정책 공조 속에서 적절히 자기 목소리를 내야 외풍에 취약한 금융산업의 체질이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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