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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이상향을 갖고 있다. 그 이상향은 삶이 팍팍할수록 더 간절하고 분명해진다. 사람들의, 혹은 사회의 꿈을 대변해 주는 작가들이 표현한 '이상향'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과 시대가 읽힌다.
◇유근택 '끝없는 내일'= 예부터 동양 산수화는 이상향을 그려왔다. 잊히지 않는 그곳, 또 가고픈 그곳, 꿈에서 본 그곳…산수화로 공모전 대상까지 받았던 동양화가 유근택(49·성신여대 교수)이 다음 달 28일까지 열리는 OCI미술관 개인전 '끝없는 내일'에서 오랜만에 선보인 산수화 신작은 그러나 '찾아오라 손짓하는 그곳'은 결코 아니다. 충주호를 소재로 한 산수 연작 10점, 그 호수에는 서양미술의 상징인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부터 서양식 생활문화를 보여주는 침대와 옷가지, 맥도날드 등 외국 브랜드가 둥둥 떠다닌다. 마치 쓰레기처럼. 물 빠진 충주호에서 눈 앞이 아닌 머리 위로 숲이 펼쳐지던 기이한 풍경에서 착안했다.
산수를 방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작가의 실제 방을 소재로 한 작품에는 침대 위 빨간 이불이 구불구불 산맥을 이루며 산수화를 그린다. 그 위에 뜬금없이 놓인 미키마우스의 집은 아이들이 세뇌적으로 '행복의 집'으로 묘사하는 집의 원형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사간동 옛 미대사관 숙소의 돌담을 그린 '말하는 벽' 연작은 담장 아래 머리를 맞대고 집중하는 아이들이 형성하는 '그들만의 사회', 나아가 계층,남북,세대 등 여러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는 이를 모두 포용해 소곤소곤 대화 나누며 소통을 시도하는 '벽'으로 그려냈다. (02)734-0440~1
◇정소연 '네버랜드'= "장미를 그려보시오" "사과를 그려보시오" 이런 주문에 그려놓은 장미와 사과는 과연 '진짜'인가? 혹시 식물도감이나 매체 이미지로 접한 '이상적'인 꽃과 과일은 아닌지 고민해 본 적 있는가? 뉴욕에서 활동하며 비디오·설치작업 등을 해 온 작가 정소연(47)이 선택한 것은 '꽃 그림'이었다. 다음 달 6일까지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네버랜드'에는 사진보다 더욱 생생한 꽃 그림이 넘쳐난다. 초봄에 피는 진달래와 6월에나 피는 양귀비, 가을 지난 솔방울 등 서식지와 계절을 초월해 공존할 수 없는 꽃들이 그것도 가장 탐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뒤엉켜 있다. 이것이야 말로 이상향일진데, 어딘지 모르게 기괴하다. 게다가 최첨단의 현대미술을 하던 작가의 돌연 '꽃 그림'도 의외다.
2층 전시장의 '하늘' 연작 역시 실제 본 하늘이 아닌, 과학도감이나 기상도감에서 빌려온 하늘의 모습들이다. 다시 묻자. 당신이 꾸는 꿈이 혹시 왜곡된 현실은 아닌지. (02)730-7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