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원제는 perfect swarm, 우리말로 하면 '완전한 무리(군중)'이다. 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서로 섞여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 '집단의 지혜'를 강조한다.
거리를 걷는 보행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해보면 방향은 대체로 목적지로 가려는 의도에 따라 제각각 결정되지만, 보행자 전체의 움직임에는 비슷한 무작위적 요소가 나타남을 볼 수 있다. 보행자의 밀도가 임계 값에 이르면 저절로 자기 조직화돼 보행자 움직임에 일정한 흐름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서로 비껴 지나가고, 같은 흐름 안에 있는 보행자들은 같은 속도로 걷게 된다. 좁은 보도를 걸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을까?
책은 이와 같은 것들을 모두 대자연에서 비롯된 '다중 지성'때문이라고 말한다. 번잡한 보도나 도로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고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는 것은 수십 만 마리가 함께 움직이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메뚜기 떼의 '충돌 회피 전략'으로 설명한다.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중동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된 반정부 시위에서처럼 군중들은 어떻게 힘을 한 데 모으고 결집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사람들이 모임이나 시위를 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결집하는 것은 개미들이 길을 찾을 때 이용하는 '개미 집단 최적화'기술을 근거로 설명을 이어간다.
책은 이렇듯 현대의 과학을 이용해 대자연에서 발견한 규칙들을 다중 지성 혹은 집단 지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본다. 이어 저자는 오늘날 구글, 아마존, e-베이,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기업들이 크게 성공한 것 또한 다중 지성 혹은 집단 지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한 결과라고 말한다.
물론 집단 지성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저자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수학자, 정치가인 콩도르세의 '배심원 이론'을 인용해 설명한다. 콩도르세는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정답을 맞힐 가능성이 100%에 가까워진다는 '배심원 이론'을 주창했다. 여기에는 '집단 내 개인들은 독립적이어야 하며 서로의 의견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집단 내 개인들은 편견이 없어야 한다' 등 필수 전제가 있다.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과정 속에서도 합리적 개인이 온전히 살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책의 결론은 간단하다. 구미를 당기 듯 새롭지도 않다. 잘난 개인보다 다수의 지혜가 더 낫다는 말이다. 수없이 회자되는 '집단 지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연에서 발견한 의사결정의 지혜들을 우리 실생활 속에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는 부분은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