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스위잉~’. 부드러운 시동음과 함께 엔진이 잠을 깬다. 그르렁거리는 소음과는 격이 다르다. 마치 어린아이가 새근 거리는 숨소리처럼 느껴진다. 독일의 아우디가 자랑하는 최고급 세단 ‘A8’. 그중에서도 가장 상위급인 6.0리터급 12기통 모델(A8 6.0 W12)과 나눈 첫 대화다. 농익은 단풍빛깔이 고요한 지난 주말 아침. 경복궁 앞에서 처음 본 A8의 차체는 그야말로 장엄 그 자체다. 전체 길이(전장)만 해도 평균 키의 남자 셋이 일렬로 누운 정도인 5.2미터(5,192mm). 정면에서 보면 깊은 검은 색의 거대한 몸체가 주는 위압감은 대단하다. 하지만 살짝 쿠페의 느낌을 살린 듯한 측면의 디자인이나 후면의 심플한 디자인을 보면 묵직한 느낌의 대형 세단에서까지 스포티한 젊은 감각을 맞추려는 아우디 특유의 개성이 느껴진다. 차량의 문을 열면 여객기의 일등석을 방불케하는 널찍한 공간이 펼쳐진다. 핸들을 제외하면 운전자의 팔ㆍ다리에 거칠 것이 없을 정도다. 대시보드는 우드그레인 장식으로 멋을 한껏 더했다. 대시보드 중앙에는 큼직한 화면의 MMI(Multi Media Interface)가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과 TV, 오디오, 에어컨 작동 현황을 나타내며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다. 이 차량의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뒷자석의 안락함. 그동안 많은 고급 세단들이 대형차를 지향하면서도 유독 뒷자석은 기대보다 좁거나 편의장치가 부족하다는 불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A8 6.0 W12모델은 뒷자석은 공간적인 여유나 기능면에서 거의 동급 최강이라고 칭할 만하다. 특히 앞의 2개좌석 헤드레스트의 뒤면에 각각 모니터가 설치돼 있어 뒷좌석 탑승자가 각각 독립적으로 영화 등 오락기능을 즐길 수 있다. 또 암레스트 뒤쪽에 설치된 냉장고는 음료수 병 대여섯개는 넉넉히 들어갈 정도로 여유롭게 설계 됐다. 전반적인 내부 점검을 마치고 주행에 나서면 12기통 엔진만이 뿜어 낼 수 있는 힘에 압도된다. 정차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에는 불과 5초 정도(제원표상에는 5.2초).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속 패달에 별다른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속도계는 아차 하는 순간 시속 220㎞를 가리키고 있다. 아찔한 맘에 브레이크로 급히 속도를 줄이며 코너를 돌아보지만 가속하는 순간에도, 감속하는 순간에도 무중력 속을 유영하듯 부드러워 속도감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폭발적인 엔진성능을 받쳐주는 안정적 주행장치들이 통합적으로 맞물려 작동한 결과다. ESP기능 장착으로 안정적인 코너링이 가능한데다가 에어 스프링 방식의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의 완벽하게 흡수해준다. 서울 근교를 약 4시간 가량의 운전한 뒤에도 전혀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전문가가 “A8은 탄듯 하면서도 안 탄듯 하다”는 말을 던진 것이 뇌리를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