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反기업정서 해법

지난해 타계한 언론인 정태성은 말년의 저서 `기업의 적`에서 정권, 행정조직, 언론, 개혁세력, 노조, 교회, 젊은 세대를 기업에 대한 7인의 적으로 꼽았다. 기업이 무슨 실수라도 저지르는 날엔 이들 7인의 적들은 고발자이자 재판관으로서 일제히 들고 일어나 공격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되풀이 돼 온 결과 이 땅의 기업은 비리여부를 떠나 금권주의자의 집단이자 타락, 유착, 부패등 온갖 부도덕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심각한 기업불신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니까 실수를 저지른 특정 기업만 공격받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핵으로 하는 자본주의체제까지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저자는 개탄한다. 얼마전 기업과 부자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난 설문조사결과는 이 같은 주장에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한국인중 5명중 3명꼴로 기업에 부정적이고, 이들 부정적인 응답자가운데 35.7%는 아예 `부자는 악한 사람들`로 응답했다는 것이다. 같은 질문에 일본인은 25%, 중국인은 17%만이 부자는 악한 사람`이라는 응답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기업과 `가진 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감이 유별나다는 것을 입증해 준다, 지난 수십년 동안 기업제도와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인 한국이 중국처럼 평등을 기초로 하는 사회주의국가보다도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역설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정 사안에 대한 정서나 고정관념이 보고 듣는 경험의 축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아마도 기업의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에 더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가령 개발연대에 만연했던 정경유착과 특혜 시비. 소비자보호에 소홀한 독과점체제, 투명하지 못한 기업경영과, 기술개발과 같은 핵심역량은 뒷전인채 개인의 치부수단으로 이용되는 기업풍토등이 기업에 불신을 키우는 요인들일 것으로 짐작된다. 또 `기업인=부자`라는 통념에 따라 부동산투기 등에 의한 졸부계층의 득세, 퇴폐향락 위주의 그릇된 접대문화와 과시형 소비행태등으로 인해 부자에 대한 반감이 싹트고 결국 반기업정서로 표출되고 있을수도 있다. 광범위한 반기업정서는 단순한 정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욕을 꺾고 소모적인 갈등을 부추켜 경제의 진을 빼는 근본 원인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벌개혁을 단골메뉴로 내세우는 한국특유의 정치풍토를 정당화시켜 주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기업들은 전투적 노조의 제물이 되고 있다`는 외국언론의 지적이 나올 정도의 노조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공장부지를 비롯해 온갖 서비스와 편의를 아끼지 않는 국가들과 너무 대비되는 대목이다. 반기업정서를 바탕으로 다양한 적대 세력이 존재하는 풍토에서 일류기업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를 꿈꾸는 것은 허황된 욕심처럼 보인다. 우리 경제가 1만달러 고지를 넘어 명실상부한 선진경제로 가기 위한 일차적인 과제는 악의적인 반기업정서부터 해소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반기업정서의 일차적인 피해자인 기업과 기업인들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령 최근 회자되고 있는 윤리경영을 통해 기업부패와 비리를 근절함으로써 적대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대책일 것이다. 더 나아가 개인의 치부가 아니라 일류기업의 실현을 통해 얻게 되는 보람과 긍지에 만족하고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는 기업인이 많을수록 반기업정서가 설자리는 좁아질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적대 세력들도 이제 건전한 비판자와 감시자의 위치로 물러서야 한다. 지금처럼 열린 경제에서 과도한 반기업정서는 경제난과 일자리 상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반기업정서는 자해용 비수나 다름 없다. <논설위원(경영博) sr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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