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소기업옴부즈만도 정치바람 타나

정윤숙

박주봉

장지종

김문겸

한달째 공석 중인 중소기업옴부즈만에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를 지낸 여성정치인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면서 중립성을 갖춰야할 옴부즈만이 정치바람을 타는 것 아니냐는 중소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최근 중기 옴부즈만 후보로 정윤숙 전 새누리당 충북도의원(우정크리닉 대표), 김문겸 전 중소기업옴부즈만(숭실대 교수), 박주봉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대주·KC그룹 회장), 장지종 한남대학교 부총장 등 4명을 규제개혁위원회에 추천했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중기청이 후보를 추천하면 국무총리가 최종 심사를 거쳐 위촉하게 된다.


네 후보 중 장 부총장은 중기청 정책국장과 차장을 거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중소기업연구원장을 역임한 대표적인 중소기업 정책통으로 불린다. 또 박 부회장은 지난 1988년 자본금 150만원으로 창업, 현재 대주중공업, KC 등 우량기업을 일군 입지전적인 중소기업인이다. 그는 중소업계의 애로를 누구보다 속속들이 아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김 교수는 지난 3년간 중기옴부즈만으로 활약하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애로를 대변하고, 옴부즈만실을 확대 개편하는 등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들 세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로 적합하다는 게 중소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반면 정치적 이력 외에는 이렇다할 경력이 없는 정 전 의원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중소업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 내 실세가 당초 연임 예정이던 김 전 옴부즈만의 임명을 가로막고 정 전 의원의 인선을 강력 추진하는 바람에 중소기업옴부즈만이 한달째 공석 사태를 빚고 있다는 잡음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인 및 소상공인의 불편한 애로나 규제를 발굴, 개선하는 기관으로 그동안 손톱 밑 가시, 기업성장 저해규제, 환경규제 등 5,000건을 찾아 개선해왔다. 이같은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불편부당한 중립성과 더불어 중소기업과 규제문제에 정통한 경륜을 갖춰야 한다는 게 중소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비춰 중소업계에서는 정 전 의원의 경우 중립적인 위치에서 중소·중견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정치권의 민원해결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걱정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A조합 이사장인 중소업계 원로는 "정 전 의원은 소상공인 출신 정치인으로 중소·중견기업계 현장 목소리를 아우르는데 적합한 인물도 아니고 정치색이 강해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중소업계의 문제를 해결할만한 중립적인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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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년 제1대 중소기업옴부즈만(구 기업호민관)을 지낸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중소기업옴부즈만은 당 비례 대표가 갈 자리도 아니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자리도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색깔이 아예 없어야 하는 자리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사심없이 중소기업을 위해 일할 사람이 가야 할 자리"라며 "정치색이 짙은 사람을 앉히면 이해관계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못박았다.

무엇보다 규제개혁의 전도사인 중소기업옴부즈만이 정권의 논공행상 자리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인 정 전 의원은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충북도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에는 충북총괄상황본부장 등을 맡았고, 또 지난 2012년 대선때도 박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대 총선에서는 충북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비례대표 후보로 35번 자리를 배정받았다는 게 중소업계와 정치권의 분석이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각 1명씩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했지만, 모두 비례대표 후보에 들어가지 못했다.

앞서 정 전 의원은 2002년 자민련 도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정치에 투신, 10년 넘게 정치인으로 잔뼈가 굵었다. 2006년에는 자민련이 새누리당에 통합되면서 새누리당(한나라당) 도의원 후보로 지역구 선거에 나가 당선됐다.

아울러 정 전 의원 스스로 여성경제인협회 부회장, 충북우수중소기업협의회 감사 등을 맡고 있는 기업인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작은 규모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인 출신이라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1989년부터 충북 청주에서 우정크리닝이라는 자본금 2억5,000만원 규모의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 전반의 어려움과 사정을 파악하기에는 경험이 일천하지 않느냐는 것.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정 씨는 "나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여성경제인이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다보니 정계에 입문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중기 옴부즈만 후보로 거론되는 것 역시 당이 아닌 여경협에서 중소기업 규제 혁파에 앞장설 적임자로 나를 꼽은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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