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車·가전등 주력 수출품 가장 큰 수혜

[한·EU FTA 내년 7월 발효]<br>공산품 99% 3년내 관세 철폐… 쌀은 대상에서 제외돼<br>유럽 차업계 노골적 불만… 의회 비준과정 험난할 수도


“플랜A, 플랜B, 플랜C까지 가고 싶지 않지만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합니다. 플랜A가 안되면 나는 죽는다. 인생살이가 그렇게는 안 되겠죠. 플랜A가 실행되기는 상당히 현실적인 제약이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상대편하고 이야기를 해야 하기에 플랜B는 제가 감춰놓도록 해주십시오. 조금 기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당초 목표로 했던 연내 발효가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날 저녁 김 본부장 이하 담당 실무진은 전화ㆍ인터넷 등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유럽연합(EU) 관계자들과 늦은 시간까지 접촉을 취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6일 김 본부장은 플랜B를 성공시켰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연내 발효가 힘들어진 만큼 내년 7월1일 잠정발효하기로 한 것이 앞서 밝히지 못했던 플랜B였다”고 말했다. 한국과 EU가 이날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을 내년 7월1일 잠정발효시키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남은 절차는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다음달 6일 협정문 정식서명을 거친 뒤 국내에서는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EU에서는 유럽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우리 국회에서는 비준동의안을 제출해 토론ㆍ표결을 거쳐 최종 판단을 하게 되는데 다소 진통은 있을지 몰라도 내년 7월1일까지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유럽에서도 EU 각료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뜻을 모아 잠정발효를 승인한 만큼 유럽의회에서 이를 반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그동안 유럽 자동차업계가 한ㆍEU FTA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유럽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벌여왔기 때문에 비준동의 과정이 생각보다 험난한 여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 EU 양측은 FTA의 조속한 발효를 위해 EU 27개 회원국의 비준동의에 앞서 EU의회의 비준동의만으로도 FTA가 효력을 가질 수 있는 잠정발효에 합의했다. 잠정발효 후 정식발효까지는 통상 2~3년이 더 걸린다. EU 회원국 모두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교섭본부의 한 관계자는 “잠정발효를 통해 양측은 정식발효까지 소요되는 2년여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으며 전체 협정문 가운데 90% 이상이 효력을 갖게 돼 사실상 정식발효와 별 차이가 없다” 설명했다. 한ㆍEU FTA는 우리의 두 번째 교역 상대인 유럽시장 진출을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08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EU에 394억유로의 상품을 수출하고 EU로부터 256억유로를 수입했다. 협정문에 따르면 EU는 공산품 전품목에 대해 5년 이내에 관세를 철폐하되 이 가운데 99%는 3년 이내에 철폐하기로 했으며 한국은 3년 이내 관세철폐 품목을 공산품 전체의 96%로 정했다. 쌀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ㆍ가전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이 가장 큰 수혜대상이다. 특히 한ㆍEU FTA 잠정발효 일자가 구체화됨에 따라 현재 서명된 지 3년이 지나도록 답보상태에 있는 한미 FTA도 비준을 서두르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6개월 빨리 발효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미 행정부에서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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