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석불이 된 이창호

제2보(15~24)



청뚜시의 바둑 열기는 굉장했다. 이창호는 움직일 때마다 20여명의 기자들에게 포위되었고 팬들의 엄청난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중국의 영웅 창하오보다 갑절의 인기였다. 천쭈더(陳祖德)9단이 해설하는 공개해설장은 한국의 열린음악회보다 더 많은 청중으로 붐볐다. 청뚜시를 둘러싸고 있는 쓰촨성의 주민 가운데 이창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젖먹이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 중국 기자가 말할 정도였다. 중국측인 창하오가 제1국에서 패했는데도 이튿날 조간신문은 모두 1면 톱을 잉창치배 대국의 기사로 메웠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제목 하나. ‘산을 흔들기는 쉬워도 석불은 흔들기 어렵다’ 이창호가 석불이 되어 있었다. 제1국의 패배로 두 사람의 상대 전적은 1대12(창하오의 12패)가 되었다. 흑15에서 21까지는 이렇게 되는 자리. 17로 가에 몰면 백이 17의 자리에 꼬부리는 것이 흑으로서는 속상하고 백18로 19에 잡는 것은 흑이 가에 두어 백의 불만이다. 백22의 수비는 정수. 참고도의 백1로 걸치면 흑2 이하 6이 예상되는데 백의 실속이 의심되는 진행이다. 흑23과 백24는 각각 최선. 흑23으로 나에 굳히면 다가 절호점이 되며 백24로 라에 걸치면 흑마의 협공이 안성맞춤이 된다. 백24가 놓인 시점에서 흑의 선택이 어렵다. 보통은 바의 자리에 흑돌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형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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