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한보철강 내가 사겠다”/“마무리공사 직접하고 싶다” 입찰중단요구에/채권단선 “형집행정지후 경영복귀 의도” 일축『내가 한보철강을 사겠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채권은행단의 한보 제3자인수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며 한보철강의 법정관리신청 취소에 동의해줄 것을 채권은행단에 요구,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총회장은 지난 9일 대리인인 정태류변호사를 통해 제일은행에 ▲회사정리신청 취하에 대한 동의요청서 ▲금융조건 수락각서 ▲신청취하 허가신청(법원 제출용) 등을 보냈다.
이같은 움직임은 그가 지난달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작성한 실사결과에서 『한보철강의 자산가치가 8조7천억원』이라고 주장, 제3자 인수추진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는 등 재산권회복 활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정총회장은 신병을 이유로 법원에 형집행정지처분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채권은행단과 한보철강 재산보전관리인단은 정총회장이 형집행정지를 통해 석방된 뒤 경영에 복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총회장은 제일은행에 보낸 「신청취하 동의요청서」에서 『(한보철강) 제3자 인수를 위한 입찰을 중단해 본인이 직접 마무리 공사를 완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총회장은 『채권은행단이 지난 1일 제3자 인수를 위해 제시한 대출금에 대한 상환계획 등 인수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며 『채권은행단은 법정관리 신청 취하에 동의하고 입찰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채권은행단의 제3자 인수조건 만큼 돈을 낼테니 한보를 돌려달라는 것으로 사실상 한보철강을 되사겠다는 얘기다.
정총회장은 『한보철강의 부도이후 상황으로 보아 B지구 공사준공을 위해서는 제3자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회사정리신청 취하를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보철강이 현재 자체자금으로 운영하면서 월간 1천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은행은 담보주식 처분을 통해 경영주체를 교체하려는데만 열중하고 있고 공장준공의 기술적 필요성 때문에 보전관리인으로 선임된 포항제철은 미완성 공사의 재개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총회장은 아울러 『장기간의 검토없이 서둘다가 졸속인수가 된다면 특혜시비를 야기시킬 위험이 있다』며 『회사정리신청을 취하한 뒤 시설자금과 영업수익 관리는 채권은행단이 맡고 회사는 공장준공과 영업활동에 전념, 98년부터 부도어음 등을 분할상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제일은행측은 『말도 안되는 요구』라고 일축하면서도 『정총회장측이 왜 이런 시도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보철강 관리인단 관계자는 『재산보전 처분이 취하될 경우 즉시 수백억∼수천억원의 결제요구가 밀려들면서 하루도 못버티고 다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씨 일가가 다음 정권때 재산환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벌이려고 사전준비작업을 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