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피플&피플] 제프리 존스 美상공회의소 회장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가끔은 저도 헷갈려요" 그는 '우리'또는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파란 눈을 가진 사람이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은 그가 우리에게 이미 유명인사로 통하는 제프리 존스(45) AMCHAM회장이기 때문이다. 존스회장은 국내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외국기업이 아닌 한국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 진정한 호혜와 믿음이 생긴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 우리라고 말하는게 이상할 건 없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관련기사 "北실사단 파견무산 두고두고 아쉬워" 존스회장은 "가끔은 내가 말하는 '우리나라'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나도 헷갈릴 때가 있다"며 웃는다. 지난해 AMCHAM이 주관한 어느 기자간담회 풍경. 제프리 존스회장이 발언하면 동시통역사의 한국어가 이어졌다. 이 때 유창한 한국말로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라며 통역사의 말을 가로막는 존스 회장. 그는 결국 간담회 내내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발표를 마쳤다. 정치ㆍ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유창한 대화법에다 가끔 속담도 짚어넣는 능청까지 존스회장의 한국어 실력에는 많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른다. 그는 한국에서 15년 가까이 살았다. 하지만 미국 이민생활 10년에도 여전히 '엉터리 영어(Broken English)'를 구사하는 한국인들이 많은 걸 보면 그의 외국어 학습에는 분명 '뭔가'가 있다. 그가 말하는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 "외국어를 배우려 매일 술집에 드나든다면 거기서 사용하는 단어와 문장만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똑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고 그들을 만날 때마다 모르는 한국어를 물어가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존스 회장은 '나는 한국이 두렵다'는 책을 내놓았다. 그는 책에서 한국 사회의 현상을 한국인 특유의 '의리'로 분석하기도 했고 연결 고리가 강한 가족관계로 풀기도 했다. 수입차 판매가 부진한 이유를 놓고 미국정부나 업계가 '한국정부의 세무조사 위협설'을 들먹이는 것을 놓고 존스 회장은 거침없이 한국적인 정서를 이해하는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는다. "만약 어떤 사람이 수입차를 탄다면 재산이 상당히 여유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입니다"며 "그 경우 부모형제는 물론 처가식구들까지 그에게서 재정적인 도움을 기대하게 될 것이므로 수입차를 탄다는 것이 물건 하나를 사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그는 한국기업들의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도 브랜드가 없어 제 값을 못 받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골프 좋아해요. 골프채를 만드는 기술도 세계적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 골프채를 사서 쓰고 있어요. 현재 대부분의 수입 골프채는 한국에서 OEM방식으로 만들어서 다시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인데도 사람들은 국산보다는 외제에만 눈을 돌립니다. 이것은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죠. 이제껏 한국 기업들은 이런 광고에 돈을 쓰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삼성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지만 하루 빨리 세계적인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의 열변을 듣다보면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엿보게까지 한다. 그는 정부 역시 대외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비자 발급 문제는 대표적인 사례. 올해초 AMCHAM은 워싱턴을 방문해 한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수월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줄어들면 결국 미국만 손해라는 것이 존스회장을 비롯한 AMCHAM의 논리다. "비자를 발급하는 영사들은 한국을 잘 모릅니다. 또 워싱턴의 상원들도 한국의 비자 발급 문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요. 우리나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로비 활동을 펼쳐야 합니다." 그는 한국을 너무나도 잘 아는 미국 기업들의 대변자다. 때로 한국의 치부를 너무 잘 알고 이를 낱낱이 까발겨 거북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를 연발하며 열심히 한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 제프리 존스는 누구 제프리 존스 회장은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미국인. 그는 브링엄영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현재 김&장법률사무소의 국제 변호사 겸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존스 회장이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72년. 몰몬교로 잘 알려진 밀알성도회의 선교사로 한국을 찾아 2년후 되돌아갔다. 그가 다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80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통상전문 변호사로 와달라고 요청한 것. 한국에 다시 가고 싶어 흔쾌히 수락했다. AMCHAM과의 인연도 이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잠시 AMCHAM 회장직을 물러났지만 적임자가 없다는 요청으로 곧 바로 재선임됐다. 지난 99년에는 한국인 아내까지 맞아 그의 한국사랑은 더욱 깊어진 셈이 됐다.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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