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고전번역에 심취한 정두언 의원


이명박 정부 초기 '왕의 남자'로 불렸던 정두언(54ㆍ사진) 한나라당 의원은 기도 세고 입심도 세다. 게다가 '노래하는' 국회의원이라니 범상치 않은 인물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는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고전번역'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등 한문으로 쓴 우리 역사를 한글로 번역하고 이를 익히는 일이야말로 정치인의 제1 덕목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어지러웠던 지난달 31일에 만난 정 의원은 뜬금없이 세종실록에서 본 '세종대왕의 국민투표'를 말했다. "공법이라는 새로운 세법을 도입하기 전에 수개월에 걸쳐 전국의 백성에게 찬반을 물었고 그 이후에도 수년을 논의한 후에야 도입했습니다. 지금도 하기 힘든 국민투표를 그때 이미 한 거죠. 고전이 한문으로 묶여 있으니 이런 내용들을 후세가 알 수 있습니까." 그는 특히 고전번역 학계의 열악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급여 등의 조건이 나빠 젊은이들이 외면하면서 한국고전의 번역도 더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일하면 얼마를 받는 줄 아십니까. 그곳 건물이 얼마나 열악한지…내가 다른 건 몰라도 고전번역에는 예산을 높일 겁니다. 지금처럼 해서는 우리 고전을 번역하는 데 50년이 더 걸린답니다." 그는 이 같은 생각으로 여의도에 인문학의 바람을 몰고 왔다. 지난 2008년 18대 국회 들어 그가 만든 인문학 공부 모임 '아레테(그리스어로 탁월하다는 뜻)'는 지금도 27명의 의원들이 모여 고전을 공부한다. 최근에는 우리 역사 바로 알기 강의로 이름난 허성도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그분은 강의하기 한 시간 전에 와서 산책하면서 가다듬으시더라고. 우리 같은 국회의원과는 달랐어요. 내 덕분에 국회의원들한테 공짜로 인문학 강의 시켜준 셈이죠." 정 의원은 명절이나 지인의 생일에 화제의 책을 돌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9년 경제위기가 극심했을 때는 신자유주의의 허상을 짚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책을 나눠주는 식이다. 특히 정 의원의 글 잘 쓰는 친구인 탁석산씨의 책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철학 읽어주는 남자'를 보내기도 했다. "글 쓰는 것도 그렇지만 정치하는 것도 엄청나게 전문적인 일이에요. 황희 정승을 그저 청백리로만 보지만 고전을 공부해보면 정치적인 능력이 엄청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 그를 신임한 세종대왕도 대단한 거고, 이런 걸 지금 정치인들이 알아야 하는데…"라며 정 의원은 고전번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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