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변화의 힘

이상준 <한화증권 CS팀 책임연구원>

‘불광불급(不狂不及).’ 누구나 자신에게 채찍이 될 만한 몇 구절을 가지고 살아간다.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 한명이 한 말이 요즘 자주 생각난다.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달할 수 없다는 어휘에서 다소 과한 인상이 느껴지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지나친 표현도 필요한 법이다. 학교를 벗어나 세상과 조직이라는 새로운 삶터에 들어서서 느낀 교훈은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였다. 너무 과도해도 안되며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 협의와 조율, 적당하고 완만한 것이 사회생활에서는 필요한 미덕이었지만 너무 둥글둥글한 일상은 창의력과 독특한 맛을 잃어버리게 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는 누구보다도 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일 텐데 가끔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나보다 주위를 더 살피곤 한다. 가장 일반적인 자리에 서서 가장 무난한 곳으로 향하는 나의 반응을 느끼며 벌써 늙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생기지만 일상의 위력을 쉽게 넘어서질 못한다. ‘무난한 것이 틀리다’라는 뜻이 아니라 무난하기만 한 것이 위험하다는 의미다. 닦아놓은 길을 따라 걸으면 수월하고 안전하지만 길 없는 길에 놓였을 때는 너무 약해진다. 익숙한 자리를 떠나보는 수고는 불필요한 오류가 아니라 장기전에 대비한 체력훈련이라고 보면 적당할 것이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과 함께 인용된 광고의 몇 가지를 보고 감동했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것은 변화를 인내하는 용기였고 새로운 인생은 선택이라는 메시지였다. 담담하게 일상을 의무로 받아들이며 소주잔에 얹은 뒷말로 불만을 배설하는 나의 생활에 일침이 되기에 충분했다. 진부한 일상에 푸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그 일상을 극복할 결정적인 해답이 바로 내 손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쳤다는 말은 곧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하지만 건강한 정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끔은 미친 듯한 몰입이 필요하다. 서늘한 자존심을 가진 장인의 손놀림이 누가 봐주지 않는다고 무뎌지지 않듯이 자신에게 새로운 변화를 무섭게 요구하는 용기가 바로 힘의 원천이 된다. 이런 신선함은 매우 창의적이어서 작게는 나와 조직, 크게는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반향을 불러낼 수 있을 것이다. 자, 오늘부터 한번 덮어두었던 예전의 양서들, 그리고 발길 뜸했던 오래전 감흥과 함께 광기 어린 변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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